종교의 이름을 내건 광기에 굴복할 수 없다

2016-07-27     연합뉴스

극단주의 테러 세력의 광기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26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생테티엔 뒤 루브래의 가톨릭 성당에 흉기를 든 괴한 2명이 침입해 미사를 집전하고 있던 신부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외신에 따르면 범인들은 86세의 자크 아멜 신부를 제단 옆에 무릎꿇린 채 아랍어로 뭔가를 설교하듯 말한 뒤 흉기로 아멜 신부의 목을 그어 살해했다.
신도 가운데 한 명도 이들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부상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후 성당 밖에서 경찰 특공대에 사살된 범인들 가운데 1명은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추종자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1997년생인 알제리계 프랑스인 아델 케르미슈는 지난해 3월과 올해 5월 신분을 도용해 시리아로 입국하려다 체포돼 송환됐고 그 후 테러 관련 요주의 인물로 프랑스 당국의 감시를 받아 왔다고 한다.
그는 전자팔찌를 착용한 채 외출이 제한되는 신분이었으나 잠시 전자팔찌가 비활성화되고 외출이 허용된 틈을 타 이런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휴양도시 니스에서 ‘트럭 테러’가 발생한 지 채 2주일도 안 돼 한적한 시골 마을의 성당에서까지 테러사건이 일어나 프랑스는 공포감에 휩싸였다.
구체적인 경위는 더 조사해 봐야겠지만, 이제 불과 19세인 청년에게 과격한 사상을 주입해 종교의 이름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한 사건이라면 전 인류의 이름으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저항할 힘조차 없는 노사제의 목을 흉기로 베어 살해한 만행은 어떤 종교적 논리로도 정당화할 수 없을 것이다.
IS는 작년 여름 발행한 프랑스어 홍보잡지에서 “그들의 심장부에서 공포를 일으켜라”라고 선동하면서 가톨릭 교회를 공격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IS와 알카에다 등 극단주의 세력은 국제사회의 군사적 압박으로 본거지인 중동지역에서 세력이 위축되자 이슬람 신도의 비중이 큰 유럽을 중심으로 ‘소프트 타깃’ 공격 전략을 구사해 왔다.
그에 이어 가장 성스럽고 평화로워야 할 종교시설에까지 광란의 칼날을 들이댄 것은 공포를 일상화하고 증오를 부추겨 잠재적 지원자들을 끌어모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프랑스 안팎에서 이번 사건이 종교 간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다행스럽다. 테러리스트들의 비인도적인 만행에 겁먹고 물러설 수는 없다.
그러나 분노의 화살을 테러와는 무관한 이슬람 신도들에게 돌리는 것 역시 저들이 의도한 바다. 테러 세력의 발본색원을 위한 개별 국가 차원 대처와 국가 간 공조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대책은 서로 다른 종교와 신념을 지닌 사람들이 조화롭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숙주가 사라지면 바이러스는 자연히 박멸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