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지독하지만

2016-07-27     정재모

[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덥다곤 하지만 올 여름이 과거 여름에 비해 유난히 더 더운 건 아닐 테다. 여름이란 원래 더운 철이라 생각하면 못 견뎌낼 것도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늘 지나간 해의 더위는 잊고 목하 ‘올해 더위’가 제일 지독하다고 여긴다. 더구나 매스컴들은 언제나 지금의 더위가 최근 몇 년래 가장 극심한 더위라고 규정하기 예사다. 통계나 기록을 끌어대서 비교해대는 데에다 대고 무슨 논쟁을 붙으랴. 하지만 보도가 들어 더위를 더 덥게 만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각설―.
덥긴 덥다. 이달 초순께부터 한낮 기온이 섭씨 30도를 웃도는 날이 시작되더니 벌써 스무날 가까이 전국이 폭염특보 아래 놓여 있다. 우리고장 경북 곳곳에 34~35도를 기록하는 곳도 많다. 오늘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장맛비가 한 차례 더 쏟아지는 걸 고비로 좀 숙질 거라곤 하지만 곧이어 또 더워질 거란 예보다. 당분간 이 불볕더위가 이어질 거란다. 말이 삼십 몇 도지, 정말 견디기 힘든 기온이다. 하지만 이 고온에도 어쩔 수 없이 작열하는 태양을 머리에 이고 견뎌야만 하는 이들도 있다. 농부들이다.
중국 고대에 태양신을 일컫는 염제(炎帝)가 곧 신농씨(神農氏)인 데서도 알 수 있듯 이글거리는 땡볕여름은 곧 농사의 계절이다. 뙤약볕을 피해서는 농사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다. 하여 농부들은 작물을 걸우기 위해 태양 아래로 나가야만 하는 거다. 요즘은 태양 볕도 그나마 다가 아니다. 작목에 따라서는 바깥보다 훨씬 더 뜨거운 비닐하우스 안에서 농부들이 팥죽땀을 흘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게 농사다.
일찍 온 폭염 속에서 온열환자가 작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더위로 인한 사망자도 전국에서 이미 5명이나 나왔단다. 이 중 2명은 안타깝게도 경북의 고령 농업인이다. 폭염 아래서 농사일을 하는 게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 건지 생각하게 된다. 이 지독한 염제 치하에서 누군들 덥지 않으랴. 하지만 더위가 곧 열매를 맺게 하고 익히는 ‘여름’인 것을 생각하면 이 땡볕을 고마워해야 하는 건 아닌지! 논밭 일 하시는 나이 드신 농부님들의 ‘무사한 여름나기’를 한 번쯤 기원하면서 이 더위 지긋이 견디는 것도 어떠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