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금메달

2016-08-21     김용언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구경할 때 골프는 장난이다. 치고 있을 때 골프는 오락이다. 일하듯이 칠 때 그건 골프가 된다.” 1958년 발간된 리더스다이제스트 5월호에 실린  글 가운데 한 대목이다. 골프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참 시답지 않은 짓들을 하고 있구나”고 내뱉는다. 이 땅에 골프가 ‘귀족운동’처럼 보급되기 시작했을 때의 반응이기도 했다.
그 6년뒤 4월 26일자 뉴욕타임즈에 미국의 중량급 언론인 제임스 레스턴의 글이 실렸다. “골프는 인간의 죄를 벌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의 칼빈 교도들이 창조해낸 전염병이다. 아이젠하워 장군이 말한 것처럼 이 괴팍한 오락을 마스터하기 보다는 차라리 냉전을 끝나게 한다거나 빈곤한 백성을 구제하는 편이 훨씬 쉽다.”
골프가 냉전종식이나 빈민구제보다도 훨씬 더 어렵다는 소리다. 얌전하게 잔디 위에 엎드려 있는 공을 치기가 뭐 그리 어려울까? 우리나라 어느 대기업인이 실토했다. 하고자 해서 못해본 일이 없는 그였다. 그런데도 그는 “자식을 원하는 학교에 넣는 일하고, 골프는 내 뜻대로 못했다”고 했다던가. 호사가들이 지어낸 말일지도 모른다. 설령 그렇더라도 중독성 강한 이 운동은 마니아일수록 더욱 미치게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박인비 선수가 리우 올림픽 골프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16년 만에 부활된 뒤 첫 경사다. 웃음띤 얼굴로 만세를 부르는 모습이 별명 그대로 ‘돌부처’의 미소다. ‘돌부처’ 대신 되레 박세리 감독의 눈물샘이 터지고 말았다. “지금이 제일 좋다. 지금의 감동이 가장 좋다.” 자신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것보다 더 좋다는 얘기다. 현재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여자 골퍼들은  하나같이 ‘박세리 키즈’다. 그 가운데 하나인 박인비가 ‘살아있는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두 골프 여제(女帝)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길에 사랑이 가득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