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몇 가지 의문

2016-08-23     정재모

[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청주지방법원은 입영을 거부한 ‘여호와의증인’ 신도에 대해 지난 11일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판결을 받은 청년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현역입영을 기피해 재판을 받았다. 피고인은 재판에서 헌법상의 양심의 자유에 근거한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주장했다.
 판사는 “사회봉사나 대체복무 등으로 피고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고도 국가에 기여케 할 방법이 있다”며 “정부가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처벌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판사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 사이에 갈등이 심각한데도 정부는 대안을 찾는 최소한의 노력도 않고 징병제도 실시 반세기가 지나도록 중대한 헌법적 갈등상황을 방치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 같은 무죄 판결은 최근 1년 새 9건에 이른다. 지난 6월 인천지법부천지원에서도 똑같은 재판에서 두 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5~6월 광주지법도 4명, 지난해 8월 수원지법도 2명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판사들은 한결같이 ‘저들이 강제 입영을 거부한다고 형벌을 가하는 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런 무죄판결이 결코 대세는 아니다. 다수 판사들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군 복무기간에 상응하는 1년 6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하고 있다. 근년 들어 해마다 종교나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600여 명이 1년 6개월 이상의 징역형을 받았다. 간혹 나오는 1심 무죄판결도 상급심에서는 모두 뒤집어지는 추세다.
 1심의 무죄선고가 상급심에서 예외 없이 무너지는 건 왜일까.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해야 하는 관련 법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판결은 잊을만하면 들려온다. 또 이를 둘러싸고 똑 같은 이유의 헌법소원도 자꾸 제기된다. 현재 같은 내용으로 세 번째 헌법소원이 심리 중이다.
 무죄판결이 나올 때마다 다수 국민들은 짜증스러워진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반대하는 국민이 58%(지난해 병무청 여론조사)다. 이런 현실에서 어째서 잊을만하면 국민들의 심사를 긁어놓느냐는 거다. 더구나 ‘튀는 판결’이 됐든 어쨌든 무죄로 보는 법관이 소수일망정 지속적으로 있다는 사실이 불안하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걸 우리사회에서 인정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나 싶은 데서 오는 짜증이고 불안이다. 때문에 몇 가지 의문이 든다.
 먼저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로 보는 판사들에게 궁금한 개 있다. 국법이 시키는 대로 입영하여 총을 드는 대다수 남성들은 양심적이지 못한 국민인가 묻고 싶다. 너무 억지스러운 질문일까. 또 관련하여 특정 종파 신도에게 병역거부가 용납될 때 ‘사랑’과 ‘자비’를 이념으로 내세우는 다른 종교 신도들도 양심상 총을 못 들겠다고 나오면 어쩔 건지도 궁금하다.
 헌법소원에 대한 의문도 있다.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병역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는데도 똑 같은 소원을 번번이 접수하고 심리해야 하느냐는 의문이다. 일정기간을 정해 일사부재의(一事不再議) 또는 일사부재리 원칙 같은 걸 헌법재판에서도 적용하면 안 되는 걸까? 동일한 내용의 헌법소원이 끈질기게 이어지는 걸 보면서 갖게 되는 보통국민들의 의문이다.
 또 하나는 일각에서 요구하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되 군 영내에서 복무를 하게 하면 어떨까 하는 거다. 군부대에는 총 쏘는 일 말고도 업무가 많다. 장비정비병도 있고 부대 안 논밭에 농사짓고 가축 사육하는 영농사병도 있다. 전달병과 세탁병도 있어야 한다. 이런 ‘특수병’ 운용은, 편법인지는 모르겠으나 각급 단위부대마다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양심적 집총거부자’들에게 총을 지급하지 않되 다른 동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이런 업무를 수행토록 하면 안 되겠는가. 집총을 거부하며 대체복무를 바라는 사람들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