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반

2016-08-25     경북도민일보

    -한상권

 집 앞에 안상규 벌꿀 집이 있어
 오늘도 그 집 앞을 지나가는데
 벌을 사랑한 한 스님 말씀이 생각났다
 어느 봄날 문득 벌통이 양에 안 차
 근처 벌통 몇 개를 합봉했는데
 처음엔 벌들끼리 서로 경계하고 물어뜯더란다
 몇 밤을 지새우며 생각하다가
 벌통 중간에 얇은 한지를 놓았더니
 벌들이 이 칸막이 같은 한지를 갉아먹으며,
 조금씩 생소하던 거리도 좁혀갔더란다
 아아 나는 너에게 너무 빨리 가려고
 너와 자꾸 어긋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나무와 나무 사이,
 이 조그만 사이 같은 거리가, 더 오래
 우리를 뭉클하게 해줄지도 모르겠다
 이 사소하고 보잘 것 없는 적막이
 너와 영원한 도반이 되게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