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의 갈등 불통

2016-08-28     김용언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며칠전 시골길을 가다가 본 칡넝쿨이 무성했다. 해마다 그 자리에서 보는 칡넝쿨이지만 예년과 달리 세력권이 많이도 팽창된 모양새였다. 올여름은 불볕과 가뭄 탓에 생명력 강한 잡초마저 시들시들 초주검이 된 상태였다. 그런데도 유독 칡넝쿨만은 사뭇 기세등등했다. 그 기세에 눌려 옆에 있는 뽕나무는 온몸이 휘감긴 채 괴로운 숨만 내쉬는 듯 보일 지경이었다.
갈등(葛藤)은  칡 갈(葛)과 등나무 등(藤) 두 글자가 만나 한 낱말을 이뤘다. 둘 다 넝쿨식물이니 맞붙으면 세력 싸움에 오순도순 지낼 수 없는 식물들이다.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가며 숨통을 죄는 측면에서 봐도 피해를 입는 나무와 사이가 좋을리 없다. 그래서 분란과 불화의 상징물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가시박과 싸움을 시켜보면 볼만하겠다 싶어지기도 한다.
사설이 너무 길었다. 정작 하고싶은 얘기는 영천시의회의 분란이다. 시의원 끼리 갈등이 깊어 상임위원장도, 상임위 간사도 뽑지 못한 채라고 한다. 후반기 임기가 시작된 지 벌써 두 달이나 됐는데도 영천시의회는 세월 가는 줄도 모르는 모양이다. 영천시의회 의장은 지난달 1일 뽑았다. 그러나 상임위 문제는 안건 상정조차 못하고 있다. 시의회의 전반기 의장이 후반기 의장으로 다시 선임된 것이 갈등의 시발점이 돼버렸다. 그러나 해결책이 없는 것 같다. 이 모양을 지켜보는 영천시민들의 속이 편할리 없다. 시의회 무용론까지 나온다고 한다. 불만이 없다면 되레 이상할 노릇이다.
영천시 또한 공직자 뇌물수수, 시장 친인척의 인사비리 개입 문제로 불신을 받고 있기는 시의회와 매한가지다. 시장이 직접 나서서 시민들에게 해명하고 사과도 했다고 한다. 이래저래 영천시민들은 지금 뿔이 나있는 상태다. 공직자들이 할일은 않고 엉뚱한 짓들만 하고 있으니 차라리 담벼락과 소통하는 게 낫겠다 싶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