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이 보일 때

2016-09-18     경북도민일보

  -이철우

  어릴 적 동네어귀에
  깊은 웅덩이 하나 있었다
  해마다 여름이면
  개구리헤엄을 치며 놀고
  누가 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지 내기도 했었다
  무섭기도 했지만
  젤로 신났던 놀이터였다
  어느 해, 무진 가뭄에
  논에 물대느라 양수기로
  물을 연신 퍼 올린 뒤에야
  알게 되었는데
  바닥에는 칼날 같은 바위들이
  무수히 많았고
  팅팅 불어
  썩어가는 짐승의 시체도 있었다
 
  낮아지면 보인다. 내안의 칼날이
  그때 그 사람이 왜 그리 아파했는지
  왜 그리 슬프게 울며 뒤돌아섰는지
  낮아지면 안다. 비로소 느낀다
  영혼의 기저에서 독선에 잠겨
  썩고 있는 내 관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