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야 하는데… 해 떨어져도 집에 가기 무섭다”

일주일 새 또 4.5 여진

2016-09-20     김진규기자

[경북도민일보 = 김진규기자] 지난 12일 규모 5.1, 5.8의 강진 이후 1주일 동안 400여차례나 되는 여진(餘震)을 겪고 있는 대구·경북 주민들은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규모 4.5 이상 지진이 모두 밤 시간대에 집중된 까닭에 주민들은 “해가 떨어져도 집으로 들어가기 무섭다”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진앙인 경주와 인근 지역 주민은 일주일째 계속된 ‘지진공포’를 쉽사리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19일 밤 8시 33분께 경주 내남면 부지리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진동에 얼굴이 사색이 됐다.

일주일 전 강진을 겪은 터라 이번엔 더 큰일이 벌어지지나 않을까 불안에 떨었다.

경주시 동천동에 사는 박현지(42·여)씨는 “지진 직후 집을 뛰쳐나갔다가 경주시에서 ‘귀가하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집에 갔다”며 “이번 지진이 단순히 여진이 아니라 더 대지진의 전진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을 떨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까닭에 신경안정제나 수면제를 구매하거나 불안증세 치료를 위해 약국·병원을 찾는 사람들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동국대 경주병원은 “환자들이 갑작스러운 천재지변을 겪은 탓에 불안증세를 보인다”며 “시간이 지나면 진정될 것으로 보고 우선은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상담 치료를 하거나, 수면제 처방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 인근 포항, 대구 등 주민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여진 발생 뒤 생수, 라면 등 생활필수품을 비축하기 위해 슈퍼마켓을 찾는 시민들이 크게 늘었다.

포항시민 김 모(42·장성동)씨는 “요즘 밤이 돼도 지진 때문에 집에 들어가기가 무섭다”며 “강풍까지 불어 밖에 오래 못있어 차라리 술집을 찾곤 한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처럼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속출하자 지자체 등도 ‘정신적 외상 치료’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주시는 지진으로 심리적 불안을 겪는 주민이 요청하면 정신보건 전문요원을 보내 정신건강 정보를 나누고 심리적 안정을 도와주고 있다.

경주시보건소에 있는 정신건강증진센터에 찾아오거나 전화(1577-0199)를 하면 실시간 상담도 한다.

대한적십자사 경북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대구한의대 상담심리학과도 추석 연휴인 지난 17~18일 내남면 주민 50여명을 상대로 정신적 외상치료 활동을 했다.

일부 주민은 생각보다 증상이 심각해 지속적인 전문가 상담, 약물치료 등 처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하루속히 지진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행·재정적인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