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부의 장난

2016-09-21     정재모

[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19일 저녁에 있었던 규모 4.5의 지진을 두고 기상청과 다수 지질학 교수들은 12일 5.8짜리 지진의 여진(餘震)이라고 했다. 본진(本震) 때 어그러진 지층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비교적 작은 충격이 곧 여진이다. 이처럼 규모가 큰 지진 다음에 잇따르는 걸 여진이라고 한다면 19일의 것이 여진이란 말은 틀리지 않을 거다. 12일의 큰 지진 이후 4백회 넘게 이어진 자잘한 것들 중에서 좀 큰 걸로 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어떤 교수는 여진이 아니라 또 다른 본진(本震)의 전진(前震)일 수 있다고 한다. 여진으로 보려면 진도가 계속 약해져야 하는데 19일의 것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란다. 1주일 정도 점차 낮아지던 진도가 다시 훌쩍 치솟았으니 또 다른 것의 전조라는 거다. 나무랄 수 없는 추론이다. 한편으로, 경주의 같은 지역에서 21일 낮 또 3.5의 지진이 이어지는 등 열흘째 410회가 넘는 여진이 발생하는 가운데 어떤 이는 이 여진이 한 달 정도 계속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1년쯤 계속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경주 지진을 두고 당국과 학자들의 설명이 제각각이다. 혹자는 이 정도 규모 지진이 한 번 난 이상 6.0 안팎의 지진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한반도에서 이런 규모는 흔치 않은 것이어서 앞으로 그리 쉽게 발생하진 않을 거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이런 소리들은 한마디로 지진에 관한 한 확실하게 아는 이가 없다는 말일 뿐이다. 그 누구도 지하 세계를 눈으로 볼 수 없으니 그야말로 장님 코끼리 만진 소감에 다름 아닌 거다.
인공위성을 탄 사람이 달을 밟고 로봇이 화성에 가서 활동했다. 태양계 다른 행성들에도 접근하여 생생한 사진도 보내왔다. 보이저는 태양계를 벗어났다. 하지만 인류는 지구 내부만은 들여다볼 수가 없다. 살아서는 절대로 갈 수도 없다. 지구의 저 깊은 곳은 진짜 ‘머나먼’ 곳이다. 불교에선 거길 명부(冥府)라 한다. 그곳의 쇳물 같은 불덩이가 일렁이다가 가끔씩 장난을 치는 게 지진이다. 오래 전 ‘명부의 장난’이란 제목으로 타국의 지진을 바라본 단상을 쓴 적이 있다. 우리는 이 장난에 아무 힘도 써볼 수 없는 나약한 존재다. 이건 환경문제도 아니고 자연도 아니다. 생각하면 그저 거역 못할 우주의 섭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