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성대 훼손

2016-09-22     정재모

[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1936년 7월 4일 지리산에서 지진이 났다. 진앙지는 천년고찰 쌍계사 부근이었고 규모는 지난 12일 경주의 전진(前震)과 같은 5.1이었다. 이 지진으로 절 부근 2곳서 대규모 산사태가 났고 큰 바위가 사찰로 굴러 내렸다. 절 입구 금강문이 삐딱하게 기울어지는 등 사찰 건물 다수가 붕괴되거나 극심하게 파손되었다. 부처의 두골(頭骨)을 모셨다는 금당 앞 오층석탑도 넘어졌다. 무엇보다 쓰라린 건 진감선사대공탑비(眞鑑禪師大空塔碑)가 쪼개져버렸다는 거다.
진감선사탑비는 선사의 공적을 전해주는 빗돌로 통일신라 때인 887년에 세웠다. 신라 말의 저 유명한 문장가 최치원이 비문을 짓고 2423 자의 해서체 글씨까지 직접 썼다는 특급 보물이다. 지금 쌍계사 대웅전 앞 계단 아래 마당에 서 있다. 1962년에 국보 47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지만 1150년 전의 그 모습이 아니다. 아니, 80년 전의 그 원형이 아니다. 철제 틀을 만들어 부러진 비석을 끼워 넣어 놨다. 잃은 원형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도굴될 뻔했던 불국사 석가탑을 1966년 보수할 때 서기 751년에 간행됐다는 무구정광대다라니경(국보126호)과 함께 탑 중수기가 발견됐다. ‘지동(地動) 때문에 훼손되어 1038년 중수했다’는 기록이다. 석가탑이 고려 초에 지진 피해를 입었다는 걸 말해주고 있다. 이처럼 지진은 우리의 값진 보물들 원형을 많이 손상시켰다. 인력으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긴 사람의 목숨 수천수만 명을 한꺼번에 앗아가는 게 지진임에랴!
규모 5.8의 경주지진과 1주일 후의 4.5짜리 여진으로 불국사 다보탑을 비롯한 국보 8건 등 60여 건의 문화재가 대소간 망가졌다. 특히 1400여 년 전 선덕여왕 때 축조한 첨성대가 훼손됐다. 지진 이전보다 북쪽으로 2cm 더 기울어지고 상부의 정자석(井字石) 남동쪽 모서리가 5cm 더 벌어졌다고 한다. 불쑥불쑥 찾아오는 지진 때문에 야금야금 원형을 잃어가는 첨성대가 안타깝다. 향후 더 큰 피해 순간이 없으란 법도 없을 터. 철저한 과학적 연구로 이 귀중한 국보를 오래오래 간직하고 후손에 전해줄 방안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