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9     경북도민일보

 -한상권

이름을 묻는 말에 나비라고 했다
사르트르라고 말한다는 것이
불쑥 꽃의 전령사가 튀어 나왔다
몽마르트 언덕의 낡은 의자에 앉아
얼굴을 좀 자유롭게 그려 달라 했다
혁명보다는 고요함을 그리는 화가는
가벼운 붓과 수채화 물감으로
유럽식 건물을 흐릿하게 뒤꼍으로 깔고
얼굴 표정을 도드라지게 살리려 했다
좋은 그림은 존재를 자유롭게 하는 것,
나는 한국에서 날아온 파랑새라고 농을 했다
나의 이름과 자유롭게라는 추상은
끝까지 잘 설명하지 못했다 그는 다만
이름을 묻는 말에 돈키호테처럼 웃었다
말로 통하지 않는 것은 몸으로 교정했다
잠시 뒤 도화지에 활짝 핀 나를 보았다
그림 속에 나를 가두고 내가 자유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