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경북’

2007-06-27     경북도민일보
 `유쾌한 응접실’이었던가, 헷갈린다.어쨌든 한때  인기몰이를 한 라디오 프로그램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야말로 당대의 지식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쏟아내는 재담이 들을만 하여 이 시간을 일부러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았을 정도였다. 무애 양주동 박사가 출연진 가운데 한 분이셨다. 스스로를 `국보’라고 부르면서 좌중을 휘어잡는 화술이 뛰어나 웃음소리가 끊어지지 않던 생각이 난다. `국보’를 자처해도 거부반응이 없던 그의 힘은 무엇이었을까.
 `자존심의 화신’을 작품 속에서 찾으려들면 `딸깍발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이희승씨 말마따나 이 남산골 샌님들은 “지나 마르나”나막신밖에 신을 것이 없을 만큼 가난했다. 그런데도  곁불쬐기를 마다하며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이겨낸 선비들이다.
 경북도의 브랜드 슬로건이 `프라이드 경북’이다. 어제 그 선포식도 가졌다. 프라이드(pride)는 사전을 들추지 않아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기초단어다. 자존(심), 자부(심), 긍지를 뜻한다. 쓰기에 따라서는 거만,교만 따위를 뜻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딸깍발이처럼 기개로 뭉친 선비의 고장이 경북이니 시쳇말로 `포지티브’한 측면으로 새기고 싶다.
 언제부터인가 지자체들이 앞 부분을 영단어로 꾸민 브랜드 슬로건이란 것을 좋아하게 됐다.`하이 서울’`칼러풀 대구’`파워풀 포항’ 이런 식이다.나름대로 고심 끝에 지은 작품이겠지만 왜 절반은 영단어로 시작해야 하는지 슬몃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이은상의 `명함과 자존심’에서 한 대목 옮겨본다.“자존심이란 결코 배타가 아니다. 또한 교만도 아니다.다만 자기 확립이다. 자기 강조다.자존심이 없는 곳에 얄미운 아첨이 있다. 더러운 굴복이 있다.넋빠진 우상숭배가 있다. 천지 간에 `나’라는 것이 생겨난 이상, 나 자신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강력한 신념, 그것이 곧 자존심이다.…” 우리말로는 무엇이 되건 `프라이드’를 내걸었으니 경북은 `프라우드’해야 할 것이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