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자루 썩는줄 모르는 이명박-박근혜

2007-07-01     경북도민일보
오윤환/언론인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두 경선후보의 각종 의혹이 어지럽게 터져나오고 있다. 이 후보에 대해서는 투자자문회사 BBK와 주가조작의혹에 이어, 위장전입과 부동산 차명 보유 등 본인과 친인척의 재산과 관련한 폭로가 꼬리를 물고 있다.  대선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에 다시 탄력을 붙여보려하지만 검증의 늪에 깊이 깊이 빠져드는 모습이다.
 박 후보도 마찬가지다. 정수장학회다,  영남대학이다 재단 비리의혹으로 어지럽긴 마찬가지다. 부친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의혹들이다. 거기에 박 후보와 특수관계라는 최태민 목사, 그 가족들과 관련된 의혹도 속출하고 있다.  박 후보 측이 연일 `검증’이란 이름으로 이 후보를 몰아세우지만 의혹의 성격으로 보면 오십보 백보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이 후보가 코너에 몰리는 듯 했다. 이 후보와 재미 사업가 김경준과 세운 BBK와 그 후신인 옵셔널벤처스의 주가조작의혹이 제기될 때만해도 이 후보는 진땀을 흘렸다. 이어 위장전입 의혹은 결정타로보였다. “자녀 4명을 사립학교에 보내기 위해”라고 해명했지만, YTN 여론조사에 `이유가 어찌됐건 대통령 후보 될 사람으로 문제 있어’라는 응답이 57.2%다. 경부 운하에 대해서도 찬반이 역전돼 49.9%가 반대,  찬성 38.9%를 앞질렀다.
 박 후보진영은 “만세”를 불렀다. 이 후보에 대해 막연히 “재산문제가 많다”고 의심만 품었지 뒷받침할 자료나 증거가 없어 주간지 보도나, “카더라”에 의존해온 박 캠프로서는 열린우리당이 속으로 얼마나 고마웠겠는가. 이 후보측이 “김(김정일)-노(노무현)-박(박근혜)이 나를 죽이기 위해 짰다”고 비명을 지른 것도 이 때다.
 이 후보가 곤경에 처했을 때마다 박 후보와 관련한 크고 작은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정수장학회와 최태민 목사건, 이른바 `박근혜 X 파일’이 터져나온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강압적으로 빼앗긴 정수장학회 원소유주 후손이, 장학회 이사장으로 10년 가까이 있던 박 후보의 공금횡령과 세금포탈 의혹등을 고발했다. 이어 박 후보와 최태민 목사, 그 가족들과 `특별한 관계’를 암시하는 정보기관의 자료가 미주알 고주알 월간지에 실렸다. 사이비 종교인 최 목사와 박 후보간 `부적절한’ 인연을 말하려는 것인지 알 수 있다.
 선대(박정희)부터 내려오는 권력형 비리의 냄새도 난다. 군부를 동원해 사유재산을 강탈하고, 그 장녀인 박 후보가 오래 오래 그 음덕 속에 호의호식했다는 내용이다.
 이 후보는 박 후보와의 검증 전쟁이 `공멸’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듯 하다. 그래서 박 후보 측에 `휴전’을 제의했다. “우리의 적은 밖에 있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박 후보 측은 막무가내다. “갈데까지 가자”는 분위기다. 맹형규 의원등 중립적인 의원들이 “이-박 두 후보가 검증 공방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혀를 차는 이유도 여기 있다. “죽쒀서 개 줄지 모른다”는 개탄도 흘러 나온다.
 이-박 두 후보 격차가 줄긴 줄었다. 중앙 SUNDAY가 6월 21~22일 대선 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이 후보 35.2%,  박 후보 지지율은 30.1%다. 차이가 5.1%포인트로 줄었다. 박 후보 지지율이 30% 넘은 것도 유례없는 일이다. 3월13일 조사에선 이 후보 40.8%, 박 후보 22.5%였고, 5월29일에는 이 39.3%, 박 23.2%였다.
 박 후보가 “만세”를 부를 수 있는 지점은 여기까지다. 민간통신사 뉴시스의 25일 조사에서는 이-박 지지율격차가 12.2% 포인트다. 리서치앤리서치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일이라면 누구를 찍겠느냐’는 질문에 39.2%가 이 후보, 박 후보는 27.0%로 조사됐다. 23일 KBS 조사에서 격차는 14.9%포인트로 벌어졌다. 격차가 줄어들긴 했지만, 박 후보 상승세가 고착화되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한나라당 집권 비전’이란 글을 통해 “국민들은 이미 양 후보 간 싸움에 식상해 있다. 싸움이 지속된다면 누가 범여권 후보로 나오든지 훨씬 신선해 보일 것이며, 국민 지지도 또한 요동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증 전쟁에 빠져있는 사이 도끼자루는 썩어가는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