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행

2016-10-25     김용언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막걸리 한 잔(350㏄)이 내는 열량은 150㎉쯤 된다고 한다. 공기밥 한 그릇이 300㎉라고 하니 막걸리 두 잔이면 허기를 때울 수 있겠다 싶기도 하다.  언제부터인가 막걸리가 인기몰이를 하게 된 것은 열량 때문만은 아닐 게다. 노화방지 성분에 암을 억제하는 성분이 입증됐으니 인기가 오를 수밖에 없겠다. 이 정도인데 누가  감히 막걸리를 싸구려 술이라고 얕잡아 볼 것인가.
설악산 등산객이 풍기는 술냄새가 매우 역겹더라고 했다. 어느 기자의 체험기다.  설악산뿐 일리가 없다. 우리 주변의 이름난 산마다 등산객이 넘쳐나는 계절이다. 단풍의 유혹이 그만큼 강렬하다. 아름다운 단풍에 취해 정상에 올랐으니 ‘정상주’ 한 잔을 빠뜨릴 수 없다. 취흥에 겨워 산을 내려오다 다른 사람과 어깨를 부딪치면 시비가 붙는다.  생리현상도 해결해야 한다. 그렇게 산을 내려오면 이번엔 ‘하산주’순서가 기다리고 있다. 소주와 쌍벽을 이루는 막걸리가 울상을 지을 판이다.
다음달이면 때 이른 추위가 찾아온단다. 동태평양에서 라니냐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라니냐는 지난 1950년 이래 열네번 째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때이른 추위 탓에 만산홍엽이 우수수 질까봐 지레 아쉬워진다.
우리나라는 1년 4계절이 뚜렷하다고 배웠다. 그러니 11월에 겨울추위라니 말이 안 된다. 배운 대로라면 이 가을이 다 가려면 아직도 30여일이나 남았다. 등산 열심히 해가며 ‘정상주 - 하산주’도 신나게 마셔야 겠다고 계획을 세운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착각이다. 엘니뇨- 라니냐가 이상기후를 쥐락펴락 해온 지 이미 오래다. 가뜩이나 짧은 가을이 더 짧아지려나 보다. 이 가을 다 지나기 전에 단풍도 즐기고 억새도 사랑하자. 산행 중에 술냄새 풍겨가며 남과 아귀다툼이나 하기엔 남은 가을이 금싸라기 같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