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그럴 거 없이 차라리 ‘탄핵’ 하라

2016-11-03     한동윤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현직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회 탄핵’으로 직에서 강제로 쫓겨나는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 대통령에 가해지는 압박은 ‘탄핵’과 ‘하야’다.
문화일보 최근 여론조사는 ‘탄핵-하야’가 46%, ‘거국내각-대통령 중심 수습’이 46%로 거의 비슷하다. ‘탄핵과 하야’를 주장하는 세력의 목소리가 크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심을 잡고 사태를 수습하라는 의견이 적지 않지만 속성상 조용할 뿐이다.
박 대통령이 어제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정책실장-교육부총리 출신인 ‘친노’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국무총리로 전격 발표하자 야당의 분위기는 극단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여차하면 ‘탄핵-하야’를 본격 밀어붙일 태세다. 박 대통령의 일방 인사가 야당을 자극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분노한 민심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지금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반성 없이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고 있다. 이것이 오히려 위기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정치적 해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면 저도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최후통첩 하다시피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역시 “대통령은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다”고 발끈했다.
더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은 가장 극렬하다. 그는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에 또다시 분노하게 된다”며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다. 그는 긴급성명까지 내고 “박 대통령은 조각권을 행사할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며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 헌법 유린과 국정농단과 관련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과 함께 촛불을 들 것”이라며 박대통령 하야 촉구 촛불시위를 서울시 차원에서 지원하고 본인도 시위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더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은 “뺨 맞고 화 난 주인에 발길질까지 하는 패륜머슴 대통령은 인사할 때가 아니라 수사을 받을 때”라고 일갈했다. “주인 뺨을 올려 붙인 것도 모자라 발길질까지 하는 패륜머슴 대통령의 말로는 비참할 것”이라는 막말도 했다.
이쯤되면 박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야당의 의지가 분명히 읽힌다. 문재인 전 대표가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 것은 하야 투쟁을 선도하거나 국회에서 탄핵을 발의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 전 대표외에 안철수, 박원순, 이재명의 발언으로 보면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오늘 당장 박 대통령 탄핵을 국회에 발의하는 게 순서다.
그러나 야당은 길거리의 ‘박 대통령 하야’ 촉구 집회에 호응하면서도 ‘탄핵’에는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을 목격한 때문이다. 섣불리 ‘탄핵-하야’를 주장하다 어떤 역풍이 불지도 모르고 여론이 순식간에 역전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으로 보인다.
‘하야’는 대통령이 결심해야 가능하다. 박 대통령이 김병준 총리 후보를 지명하고 경제부총리 등을 내정한 것으로 봐 ‘하야’할 가능성은 전무해 보인다. 특히 박 대통령의 총리 후보 지명은 야당이 먼저 ‘거국내각’을 요구했다가 새누리당이 이를 받아들이자 꽁무니를 뺀 뒤 나온 조치다. 더구나 김병준 후보는 ‘친노’다. 야당으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야당이 뽑을 카드는 ‘탄핵’이다. 이미 내심으로는 ‘탄핵’을 열 번도 더했을 분위기다.
그렇다면 야당이 선택할 방법은 ‘탄핵’ 밖에 없다. 박 대통령을 향해 ‘패륜머슴 대통령’이라고 극언을 퍼붓고, 현직 서울시장이 대통령 하야 촉구집회에서 “촛불을 들겠다”고 하는 마당에 대통령이 눈에 들어올리 만무하다. 거기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까지 김병준 총리 지명을 철회하라고 부화뇌동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야당이 망설일 게 없다. 박 대통령이 결심하지 않는 한 ‘하야’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박 대통령에게 ‘패륜머슴 대통령’이라고 종주먹을 들이댈 게 아니라 국회에서 탄핵을 발의하는 게 어떨까?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방법밖에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