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 경북사과

2016-11-14     김용언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과일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고 한다. 눈길을 끌어당기는 매력도 없거니와 입에 착 달라붙는 맛도 없다. 온갖 수모를 다 당하며 나무에 매달려 있다. 그래서 생긴 말이 ‘모과나무 심사’인 것같다. 모과나무처럼 뒤틀리어 심술궂고 성깔이 순순하지 못한 마음이라고 국어사전은 풀이한다.
모과나무는 그렇게 문벌이 없는 과일이 아니다. 약재로도 쓴다. 모과차는 그윽한 향기를 오래도록 입안에 남긴다.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능금나무과에 속한다. 능금은 요즘 개량종 사과에 자리를 내주고 많이 안쓰는 이름이 된 것 같다. 그러니 모과나무가 “나도 사과나무”라고 주장하고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사과는 구약성경 창세기에 나온다. 그러니 얼마나 오래된 과일인지 알만하다.  17세기 뉴턴은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예사롭게 여기지 않고 매달린 덕분에 과학사에 위대한 공로를 쌓지 않았던가. 이런 사과가 우리나라에는 매우 늦게 들어왔다. 19세기말 이라고 한다. 홍동백서 (訌東白西) 조율이시 (棗栗梨枾)를 따져가며 제상(祭床)을 차리던 선조들이 사과를 빠뜨린 까닭을 알것도 같다. 과일의 대표격인 사과가 진작 들어왔다면 대추,밤, 배, 감과 어깨를 겨루지 못할 만큼 존재감이 없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싶기도 해서다.
한 입 베어문 사과를 로고로 쓰는 회사가 온 세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 이름이 ‘애플’이다. 남자의 목울대를 영어로 ‘Adam's apple’이라고 한다. 사과는 이처럼 창세기와 현대를 아우르는 과일이 되어버렸다. 이런 사과의 명산지가 경상북도다. 과일을 즐기는 사람들은 경북사과를 으뜸으로 친다. 봉화사과는 내년에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한다. 경북사과는 그만큼 품종이 뛰어나다. 이 우수성을 뒷받침하는 현장이 서울 시청앞에서 해마다 열리는 ‘경북 착한사과 페스티벌’이다. 올해로 벌써 열한 번째 행사를 지난 11일 마쳤다. 결과는 ‘완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