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싫어증’ 직장인들을 위한 통쾌한 복수

양경수 그림에세이, 출근~퇴근까지 직장인 24시간 완벽하게 재구성

2016-12-08     이경관기자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그림에세이가 최근 출간돼, 직장인들의 가려운 마음을 긁어주고 있다.
 양경수 그림에세이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
 “피곤한 몸으로 잠을 청하지만 내일이 올까 겁이 나 잠들 수 없어. 언제부턴가 멋지게 사는 거보단 먹고사는 게 중요해졌어. 힘든데 너무 힘든데 힘들다 말하기가 힘든 세상이라 더 힘들어. 내 삶의 빛은 보이지 않고 빚이 쌓이네.”(들어가며 ‘그냥 회사 다녀요’ 중)
 양경수 작가의 이 책은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지는 야근에 사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갑질, 박봉까지 오늘도 말 못할 일을 묵묵히 견딘, 직장인들을 위한 통쾌한 복수다.
 이 책은 양 작가가 그동안 그려온 ‘약치기 그림’에 미공개컷들을 더해 출간한 책으로 각각의 장면을 따로 떼어놓고 보면 위트 있는 한 컷 그림이지만, 출근부터 퇴근까지 직장인의 24시간을 완벽하게 재구성한 것으로 매일 반복되는 직장인의 고투를 담은 장편 그림책처럼 느껴진다.
 회사에서 말이 잘 안 나오고 혼자 있고 싶은 직장인의 증세를 두고 ‘일하기싫어증’이란 새로운 병명을 만드는가 하면, 직장상사로 인해 얻은 화병인 ‘상사(上司)병’ 등 몸과 마음이 아픈 직장인들의 증세를 고스란히 담아낸 ‘신조어’들을 양산한 양경수 작가.
 그가 그린 그림 속 인물들은 ‘바른 생활’ 교과서나 자기계발서 속 삽화의 인물들처럼 환하게 웃고, 우수사원 표창이라도 줘야 할 것처럼 열정이 넘쳐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웃음을 머금은 채로 읊조리는 말들은 심상치 않다. 도무지 끝나지 않는 야근과 거래처의 갑질, 상사의 부조리한 지시, 감정노동, 박봉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의 웃음 속 진짜 이야기들이 양경수 작가가 손글씨로 꾹꾹 써넣은 대사에 실려와 가슴을 찌른다.
  양경수 지음. 오우아. 280쪽. 1만5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