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애국집회’-두쪽 난 나라

2016-12-19     한동윤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갈수록 걱정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찬·반’ 집회와 시위, 대결이 본격화 된 것이다. “탄핵 찬성” 촛불 참가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는 보도가 넘쳐나는 가운데 마침내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도 “100만 명을 넘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탄핵 찬성” 촛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탄핵 반대”를 외치는 보수 세력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나라가 완전히 두쪽나고 말았다.
탄핵 찬·반 집회와 시위대 수는 양쪽 모두 과장됐다는 게 중론이다. 탄핵 촛불이 절정에 이르렀던 지난달 12일 촛불집회 주최측은 “100만 촛불”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거의 대부분 언론이 “100만명”을 대서특필했다. 연합뉴스가 “박근혜 퇴진 100만 촛불”이라고 보도했고, 중앙일보도 “100만 모였는데 평화집회”라고 촛불을 찬양했다. 대부분 언론도 마찬가지다. 종편 TV는 촛불 시위를 앞다투듯 생중계하기도 했다.
촛불 주최측과 언론이 “100만명”을 주장했을 때 경찰의 공식 집계는 ‘26만 명’에 불과했다. 언론이 경찰의 공식 집계를 무시했거나, 의도적으로 주최측 주장을 인용한 셈이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을 달랐다. 12일자 요미우리 신문은 “박(朴) 퇴진 요구 26만 명 데모”가 제목이다. “야당 조직적 참가”라는 작은 제목도 붙였다. 마이니치 신문도 13일자에 “서울 26만 명 박 퇴진요구 대규모 집회”가 제목이다.  닛케이 역시 “박 퇴진 요구 대규모 집회, 서울 26만 명”이다. 산케이는 “수십만 명”으로 집계했다. 한국 경찰 집계를 신뢰한 것이다. 일본 언론과 달리 촛불이 절정으로 달린 제4차· 5차 집회는 일부 언론에 의해 “200만 명”이라는 과장된 숫자까지 등장했다.
촛불 시위에 참여한 숫자를 놓고 시비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 촛불 숫자가 수십만 명이건 수백만 명이건 박 대통령에 대한 분노는 이미 확인된 상황이다. 다만 촛불 규모가 중요하다고 해서 그 수를 의도적으로 부풀려 마치 인해전술로 탄핵을 밀어붙이는 듯한 분위기가 안타까웠을 뿐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이성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상황이 촛불 규모 때문에 극단으로 치달은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탄핵 찬성” 촛불은 결국 “탄핵 반대” 세력의 등장을 초래했다. 처음 ‘박사모’에 의해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로 시작되더니 이제 ‘탄핵 촛불’에 버금가는 규모와 세력으로 불어난 것이다. 탄핵파들이 ‘촛불’을 든 대신 탄핵 반대 세력은 ‘태극기’와 ‘장미’를 손에 들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시위를 ‘애국 집회’라고 했다.
자유총연맹과 애국시민연합, 재향경우회, 재향군인회 등 50여개 애국단체와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이 참여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이하 탄기국)’는 17일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지하철 안국역 인근에서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 상당수는 오후 2시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보수집회에도 참여해 태극기를 흔들었다.
소위 애국집회 참가자들은 “대통령 탄핵 원천 무효”를 외치면서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부터 서울역까지 행진했다. 청와대 인근에선 박 대통령을 응원하는 의미로, 담벼락에 장미꽃을 놓고 오는 ‘100만 송이 장미 대행진’ 퍼포먼스도 벌였다. 애국집회측은 “24일 밤 덕수궁 앞에서 야광 태극기 집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날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탄핵” 촛불집회는 주최측 주장으로는 65만명이 참여했다. 경찰 집계는 6만 여명이다. 애국집회에는 주최측 주장 50만 명이 참여했다. 경찰 집계는 3만3000여명이다. “탄핵 반대” 집회에 3만명 이상이 모인 것은 대단한 변화다. 특히 선두 대열에 청년들도 보였다.
문제는 탄핵 찬·반 집회와 시위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탄핵 촛불에서는 “박근혜 구속”에서부터 “황교안을 끌어 내리자” “통진당 해산 무효”같은 과격한 구호가 등장한 것도 걱정스럽다. 나라가 ‘탄핵’을 놓고 완전히 두쪽나고 만 것이다. 이제는 언론부터 촛불이나 태극기 부대의 참가자 숫자를 터무니 없이 부풀려 국민을 호도하는 잘못을 고쳐야 한다. 나랏일이 목소리 크기에 따라 결정될 수 없는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