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고속도로

2016-12-26     김용언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청개구리는 특성이 뚜렷하다. 몸집이 엄지손톱만한 것부터가 그렇다. 그 작은 몸으로 나무도 잘 탄다. 영어권에서 청개구리를 ‘tree frog’이라고 부르는 까닭을 알 것도 같다. 타고난 수직등반 재능을 살려 고층아파트 수직벽도 거뜬히 기어 오른다.
또 다른 특징은 여느 개구리들과는 달리 산 속에서 사는 습성이다. 발가락 끝에 빨판이 달려있으니 나무 오르기는 누워서 떡 먹기다. 그래봤자 개구리는 개구리다. 비가 내릴 조짐이 보이면 다른 개구리들처럼 ‘떼창’을 한다. 이 습성이 각색돼 나온 것이 ‘말 안 듣는 청구리’다. 옛 중국 당나라 때 이석(李石)이 청와전설(靑蛙傳說)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경북 북부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의 기대를 모은 가운데 상주~영덕 고속도로가 마침내 길을 열었다. 7년이나 걸려 뚫은 길이다. 덕분에 서해안 당진에서 동해안 영덕이 한나절 생활권으로 묶이게 됐다. 이에 따라 온갖 칭송과 기대를 한몸에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느닷없이 개통을 사흘이나 뒤로 미룬 때문이다. 이 바람에 칭송은 비난으로 돌변했다.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누더기가 돼버렸다.
도로공사가 다 된 죽에 코 빠뜨리는 것과도 같은 짓을 한 연유를 놓고 추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추측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몇 사람만이 알고 있을 게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개통식 따로, 실제 개통 따로’를 감행하는 도로공사의 두꺼운 얼굴이다. 도로공사는 변명하고 싶을 것이다. “개구리 주저앉는 뜻은 멀리 뛰자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를 일이다. ‘눈은 아이고 하고 손은 그까짓 것 한다’는 속담이 있다. 누가 ‘눈’이고 누가 ‘손’인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 하루아침에 청개구리가 되어버린 도로공사가 한 짓이다. 앞으로 고속도로 안전 문제로 청개구리의 ‘떼창’을 듣는 일이나 없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