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 벌목 다툼

2016-12-27     김용언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지구상의 과일 가짓수는? 퀴즈문제로 내놔도 맞추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과수의 ‘원조’는 누구나 다 안다. 에덴동산의 선악과다. 신이 손도 못 대게 했다는 이 선악과를 따먹은 죄값을 인간은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여자는 산고를 겪어야하고 남자는 땀흘려 일해야 처자식을 먹여살릴 수 있다.
구약 창세기엔 ‘선악을 알게하는 나무의 실과’라고 돼있지만 흔히 ‘사과’로 알고 있다. 남자의 목울대는 불룩하다. 영어로는 ‘Adam's apple’이다. 훔친 선악과를 급하게 먹다가 아담의 목에 걸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어쨌건 선악과 나무의 정위치는 에덴동산의 중앙이다. 그러니 누구나 볼 수 있는 자리다. 죄짓지말라는 신의 뜻을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자리라고 누군가가 쓴 일이 있다.
중앙선 도담~풍기 금계동 복선공사 구간에서 사과나무 무더기 벌목소동이 벌어졌다. 시공사가 지주의 동의를 받지않고 멀쩡한 사과나무 수천 그루를  싹독싹독 잘라내 어서 벌어진 말썽이다. 시공사로서는 지장물 철거행위를 한 셈이다. 그러나 이를 뒤늦게 안 지주들은 “사유재산을 절도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펄펄 뛰고 있다. 이 소동에는 한국철도시설공단도 관련되어 있다. 쌍방 주장이 맞서 있어 결말은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얼마 전 충북 괴산댐 호반을 걸어가며  늦가을의 정취를 맛봤다. 종점 마을이름이 ‘옛산막이골’인가 그랬다. 입소문이 난 곳인지 관광버스도 여러 대 들어와 있었다. 공기가 어찌나 맑은지 마치 네델란드의 한 마을인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 도중에 사과나무 밭이 있었다. 친구가 가꾸던 것인데 갑자기 죽어 대신 맡아 뒷마무리를 하고 있다고 한 사내가 설명했다. 문경과 이웃이어서인지 사과는 크고 맛있어 보였다. 이런 사과도 때로는 ‘불화의 원인’이 되나보다. 그러니 트로이 전쟁이 일어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