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세월호 잠수함 충돌설’ 까지

2016-12-27     한동윤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이번엔 ‘군 잠수함 충돌설’이다. 세월호 침몰 원인이 화물 과적이나 고박 불량 등이 아니라 ‘외부에 의한 충격’ 특히 ‘군 잠수함’ 충격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터넷 공간에서 ‘네티즌 수사대’로 불리는 ‘자로’라는 예명의 네티즌이 25일 공개한 다큐멘터리 ‘세월 X’를 통해 이같이 주장하고 나섰다. 세월호가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자재를 운반하다 과적으로 침몰했다는 의혹 등 온갖 괴담이 난무하더니 마침내 ‘잠수함’까지 등장했다. ‘자로’는 최순실 테블릿 PC를 깐 JTBC에 출연했다.
‘자로’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로 사고 당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저장된 세월호 레이더 영상을 제시했다. 영상을 보면 세월호가 J자 형태로 급변침한 궤적이 나타난 뒤 세월호 6분의 1에 해당하는 또 다른 물체 궤적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자로’는 이 물체가 동력이 있는 물체라고 주장했다. 이 궤적이 급변침 당시 세월호에서 떨어진 컨테이너일 수도 있다는 지적에 ‘자로’는 “컨테이너는 레이더 반사면적이 작아 레이더 감지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해당 영상을 분석했다는 김관묵 이화여대 나노과학부 교수는 “레이더에 잡힐 수 있는 건 쇠붙이인데 이 정도로 잡히려면 잠수함외에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쯤되면 세월호 선주(船主)로 도망다니다 논두렁에서 사망한 유병언과 유 씨 일가족, 학생들을 선실에 버려둔 채 팬티 바람으로 도주한 세월호 선장이 땅을 치고 통곡하지 않을까? “세월호와 충돌한 잠수함 찾아내라”고 아우성치는 게 순서다.
‘자로’는 “보안상 이유로 밝히지 않는 군 레이더 영상을 공개해야 사고 원인이 제대로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월호 특조위는 긴 시간동안 세월호 침몰을 조사해왔다. 세월호 유족들이 주도한 특별조사에서도 ‘잠수함’은 등장하지 않는다. ‘자로’가 주장하는 대로 군 레이더 영상을 공개해서라도 세월호 침몰을 확실히 했으면 좋겠다.
‘광우병’과 ‘붉은 멍게’ 소동이 있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한 공영방송에서 ‘미국산 소는 광우병소’라는 식의 과장 보도로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던 게 광우병 소동이다. 광우병 촛불 난동이 벌어진지 12년이 지났지만 ‘뇌’에 구멍이 ‘송송’난 학생도 나타나지 않았고, 광우병과 엇비슷한 환자조차 나오지 않았다.
‘붉은 멍게’는 천안함이 북한에 의해 폭침당한 게 아니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세력들이 동원했다. 천안함을 폭침시킨 북한 어뢰추진체에 서해에는 없고, ‘동해’에만 서식하는 붉은 멍게가 붙어 있어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의해 피격된 게 아니라는 엉터리 주장이다. 진보-좌파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붉은 멍게 소동은 전문가가 “어뢰에 붙은 물체는 바다 부유물”이라고 정의함으로써 황당하게 끝났다. 붉은 멍게가 아니라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라는 것이다. 그러자 ‘오마이뉴스’는 “붉은 멍게 보도 사과 드립니다”는 정정보도를 게재했다. 하마터면 ‘붉은 멍게’ 때문에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살인 도발이 면죄부를 받을 뻔했다. 소름 끼친다.
이 밖에도 천성산 터널 공사를 둘러싸고 ‘도룡뇽’이 뛰쳐나왔고, 제주 해군기지 공사에는 ‘구럼비 바위’와 ‘연산호’‘용천수’가 등장했다. ‘도룡뇽’ 때문에 터널 공사가 중단돼 국고 145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멸종될 것이라던 도룡뇽은 천성산 늪지에 우글우글하다. ‘구럼비 바위’와 ‘연산호’‘용천수’를 들먹이며 해군기지를 방해한 세력 때문에 기지 공사가 늦어진 것은 물론 그만큼 국고가 낭비됐다. 거짓과 선동이 난무하는 사회는 시민들의 검열(檢閱)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후진사회의 상징이다. 광우병을 날조해 선동해도 정확한 사실에 접근하려는 노력만 있으면 촛불은 “휙” 꺼지게 마련이다. 붉은 멍게 소동도 마찬가지다. 건강한 사회에는 선동꾼들이 발을 붙이지 못한다. 국민들이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천안함 폭침 당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김태영 국방부장관에게 “미군의 천안함 침몰 연루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다. 미군 잠수함 충돌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그러나 박 의원 주장은 의혹 제기로 끝나고 말았다.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그 의혹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살폈으면 좋겠다. 세월호 잠수함 충돌설도 하루 빨리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