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자골생탁배기

2017-01-04     정재모

[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탁배기는 막걸리의 북한말이라고 풀이해놓은 데가 있다(류인수, 우리의 맛을 즐기는 72가지 전통주 수첩). 그 풀이가 맞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경상도와 전라도에서도 예로부터 널리 써온 말이라는 건 확실하다. 어릴 때 어른들은 막걸리라는 명칭보다는 탁배기란 표현을 더 즐겼다는 기억이 생생한 거다. 어느 네티즌은 ‘탁배기는 원래는 탁주를 담는 그릇인데 의미가 확장되어 막걸리 자체를 말하게 됐다’고 적었다. 국밥 등속을 담는 오지그릇을 뚝배기라고 하는 걸 보면 ‘배기’ 돌림자의 그릇이란 설명이 오히려 그럴듯하다.
개인적으로도 탁배기란 말이 참 정겹다. 스스로 그 까닭을 딱히 알진 못하지만 술집에서 탁주를 찾을 일이 있을 때면 으레 탁배기란 말을 쓰는 편이다. 막걸리는 너무 상투적인 거 같고, 탁주는 농주를 돈 주고 사 마신다는 느낌이 짙어 부르기가 어쩐지 싫다. 하지만 탁배기는 어감에서부터 어릴 적 어머니가 담갔던 우리집 그 농주가 떠오르는 것 같다. 주로 겨울철에 치렀던 전통혼례 잔칫술도 ‘탁배기’였다. 어쨌거나 유년기에 습득한 낱말이어서 정감이 더 솟는 이름이 아닌가 한다. 
근년 들어 전통주 열풍이 불면서 온갖 이름을 내건 막걸리가 다수 나오고 있다. 00막걸리, xx탁주, △△생탁 등등. 이름들이 많지만 탁배기란 이름이 붙은 막걸리 브랜드는 과문 탓으로 보지 못했더랬다. 헌데 그 정겨운 술 이름을 만났다. 경북 상주의 ‘은자골생탁배기’다. 특정 술도가의 브랜드네임이지만 탁배기란 그 말의 울림이 그리도 반갑다. 익숙하게 쓰는 말이 영영 사라지진 않았구나 싶어서다. 알고 보니 그 술 이름 내건 술도가 역사가 50년도 넘었다고 한다.
하얀 쌀 곶감 누에고치가 많이 나는 곳이라서 삼백(三白)의 고장이라는 상주(尙州)의 쌀, 삼백미로 빚는 ‘은자골생탁배기’기 지난해 우리나라 최고의 막걸리로 인정을 받았단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주관한 2016대한민국우리술품평회 생막걸리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거다. 저 유명한 고품질 상주쌀 때문일까. 누룩과 술 빚는 솜씨의 전통 탓일까. 아니면 청정 산골의 물맛 때문일까. 청량감과 술 깬 다음의 깨끗한 뒷맛이 이 술의 특징이라고 한다. 누룩냄새 텁텁한 탁배기 맛이 알싸하게 그리워지는 전통혼례 초례(醮禮)의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