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

2017-01-09     김용언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여러 대학생들이 나를 숫제 ‘국보 교수’라 지칭하기에 이르렀고, 나도 종종 우스개로 ‘국보 교수 양주동 박사’를 자칭하기조차 했다. 그러나 정작 생각해 보면, 학생들의 선의적인 작호(綽號, 남이 지어준 딴 이름)’나 , 내 뻔뻔한 우스개의 자칭이 모두 실없는 주착없는 말이었다.”
양주동 박사가 쓴 ‘국보辨’의 한 대목이다. 국학과 국문학, 영·불문학 영역을 넘나들며 해박한 지식으로 명강·열강을 쏟아내던 당시 그의 별호가 ‘국보 교수’였다. 본인도 ‘국보 교수’를 입에 올리며 남들에게 격조 높은 웃음을 선사하곤 했다. 실제로 몇 십년전 당대의 지식인들이 한 자리에 출연한 라디오 프로그램이 ‘유쾌한 응접실’인가 그랬다. 그 무렵 중학생 실력으론 알아듣기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출연진의 호쾌한 웃음소리는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양 박사는 남들을 유쾌하게 해주면서도 “뻔뻔한 우스개”라고 했다. 그의 거침없는 입담에 홀린 사람들이 들으면 손사래를 칠 ‘겸손’이다. ‘뻔뻔하다’는 ‘염치가 없다’는 뜻이니 양 박사에겐 전혀 걸맞지 않은 표현이어서다.
엊그제(8일) 연합뉴스에 눈길을 잡는 기사 제목이 떴다. “과태료 얼마면 돼?” … 장애인구역 ‘뻔뻔 주차’ 되레 호통. 청주발 기사였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제도가 처음 시행된 때가 1999년이다. 위반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과태료가 지금은 건당 10만원이란다. 50만원 짜리도 있다나보다. 적은 돈이 아니건만 그 정도쯤이야 하는 표정인 걸 보면 배부른 사람들 많은 것 같다. 게다가 위반자는 해마다 급증한다고 한다. 경북이라고 다를 것 같지도 않다.
‘뻔뻔’의 차원을 높이면 중국의 사드(THAAD)반대 또한 마찬가지다. 내나라 땅에 안보 장치를 한다는데 기를 쓰는 이유가 뭔가. 그러면서도 우리 해역에서 해적질하는 중국어선은 못 본 체한다. 참으로 뻔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