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국적 표시

2007-07-09     경북도민일보
 생김새 탓에 우셋거리가 되기로는 돼지를 따를 만한 게 있을 성싶지 않다.“지혜라고는 한푼어치도 없는 것 같은 짐승이 돼지다. 어느 모로 보나 둔하게만 생겨 먹었다. 목이 그렇게 굵어가지고 마음이 곧을 리 없고 꼬리가 그렇게 짧아 가지고 영리할 리 없다. 게다가 비계덩어리로만 ….”작가 계용묵의 `지청구’는 계속된다.
 “이렇게 생긴 짐승이 제 욕심을 희생해서 사람의 편리를 도모해 줄 것만 같지는 않다”고 후리쳐버렸다. 시대가 달라진 걸까? 요즘엔 돼지의 신분 상승 소식을 가끔 듣게 된다. 이른바 `바이오 돼지’가 그 하나다.
 돼지 오줌에서 혈전증(뇌졸중) 치료제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이 바이오 돼지가 1년에 올리는 소득이 자그마치  2억~3억원으로 추산됐었다. 이쯤되면 “황금 오줌 누는 돼지”라고 한들 뭐랄 사람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앞으로는 돼지고기도 육질을 잣대삼아 등급제로 팔게 된다고 한다.1+,1,2,3등급이다.
 대한양돈협회가 “돼지고기도 국산인지, 수입산인지 알고 먹게해달라” 성명을 냈다.한마디로 원산지표시 요구다. 소주 한 잔의 영원한 반려자 삼겹살을 조준한 요구인 것 같다. 지난해 시중에 유통된 삼겹살의 40%쯤이 수입산이라고 한다.
 농업국가 덴마크가 한국인 입맛에 맞춘 삼겹살을 생산한다고 해서 내심 놀란 일이 있다.10여년전 여행 중에 들은 이야기였다. 그런데 덴마크 뿐이 아니었다. 무려 16개국에서 삼겹살을 들여온다는 사실을 알고는 두 번 놀랐다. 최대 수입대상국은 엉뚱하게도 벨기에였다. 한국 서민 정서가 삼겹살 다국적 시대를 맞은 것이다.
 요즘은 수산물도 원산지 표시 위반이 말썽이 되는 세상이다. 한·미FTA가 돼지고기 값까지 끌어내리고 있다.값싼 미국산 쇠고기가 늘면서 돼지고기 소비자가 줄고 있다는 반증이다. 원산지 표시가 돼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데 유독 돼지고기만 대상에서 빼버린 까닭도 궁금하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