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만 시민

2017-01-16     김용언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400년동안 인구 40명을 고수했다는 인도네시아 한 마을의 얘기다. 자바의 도지베오 마을이다. 사망자가 나와야 그 빈자리를 채우는 규칙을 철석같이 지킨 결과라고 한다. 촌장은 이 규칙을 지키는 절대 책임을 지고 인구의 불법증가에 처형으로 맞섰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한 소리다.
“인구는 제한하지 않으면 기하급수적 비율로 증가한다. 생활자료는 산술급수적 비율로 증가하는데 지나지 않는다.” T.R.맬서스 인구론의 한 대목이다. 이에 절대 공감이라도 한 듯 우리도 한때는 산아제한 정책을 펼친 시절이 있었다. 1년이면 대구시만한 도시가 하나씩 생긴다며 아기의  출생을 달가워하지 않던 시절이다. 그 무렵 대구시 인구가 30만명 쯤 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람은 저 먹을 것을 지니고 태어난다고 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우리 선조들의 철학이기도 했다. 살림이 아무리 가난해도 아이들은 주렁주렁 열매 열리듯 한 이유다. 그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집안의 기둥이 되고 나라의 일꾼이 되었다. 지금은  아기 울음소리가 천연기념물처럼 들리는 마을도 있는 형편이다. 젊은 부부가 귀농이라도 해오면 당장 마을의 경사가 되고 만다. ‘인구절벽’이란 말이 실감나는 우리 농촌의 얘기다. 도시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연말 기준 경북도의 주민등록 인구는 270만398명이다. 그 전년도보다 2428명 줄었다는 집계다. 조금이나마 늘어난 곳도 있기는 하다. 김천·예천 ·경산이 각각 1000~2000명쯤 늘었다. 칠곡·성주·군위는 수십~수백명 늘어난 곳으로 꼽힌다. 큰 도시인 포항·구미·안동은 줄어들었다. 포항만 하더라도 10년 넘는 세월이 흘렀건만 ‘52만 시민’은 꼼짝도 않는다. 그나마도 ‘반올림’한 숫자다. 포항시민의 60 몇 %가 포항에서 계속 살고 싶어한다는 조사 결과를 본 것 같다. 그나마 이들이 있어 ‘52만 시민’이 유지되는 것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