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선 범장망

2017-01-24     김용언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사냥감을 산 채로 잡는 데는 그물만큼 쓸모 많은 무기도 드물다. 물고기는 두말이 필요없다. 맹수도 잡는다. 제아무리 용맹한 검투사도 그물을 덮어씌우면 순한 양이 되게 마련이다. 어망(漁網) 호망(虎網)의 힘이다. 법망(法網)은 범인을 법리로 얽어맨다.
‘그물에 든 고기요 쏘아놓은 범이라’는 속담이 있다. 옴짝달싹 못하고 죽을 지경에 빠진 처지다. 용례도 있다. “청정이 눈을 드러보니 일전 보던 바 관운장이라, 대경하야 운장과 더불어 십여합에 기운이 쇠잔하야 칼 빗치 점점 둔한지라 명장 칠인이 달려들어 싸호니 청정이 그물에 든 고기요 쏘아 놓은 범이라.” <고전-임진록>
서남해를 제집 안방 드나들 듯 하는 중국어선들이 갖춘 불법 시설은 여러가지다. 쇠창살이나 철망 따위는 우리 해경의 단속을 어렵게하는 시설이다. 물고기를 싹쓸이하는 데는 범장망을 따를 게 없다. 조류가 빠른 곳에 고정해놓고 물살에 고기가 밀려들어오도록 하는 그물이다. 해저에 20×5.5×2m크기 자루같은 그물 10개를 이어붙인 크기는 상상하기도 쉽지않다. 게다가 그물코는 촘촘하기 이를 데 없다. 20~30㎜이니 빠져나갈 고기가  있을 리 없다.
중국어선은 제주와 흑산도 해역에서 범장망을 즐겨 사용한다. 물고기를 싹쓸이 할 수 있는데다 단속선이 뜨면 재빨리 달아나기 좋은 곳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때문에 범장망은 불법어구로 분류된다. 지난 연말 열린 ‘2017년 한·중어업협상’에서도 범장망이 거론돼 사용이 불허됐다. 그런데도 올들어 벌써 걸려들고 있다. 범장망 어선 나포 실적은 제주 해역 1척, 흑산해역 2척이다. 한·중어업협상에 우리 어민들이 시큰둥해 할만하다. 당장 급한 것은 범장망을 더 빨리 찾아내는 방법을 개발하는 길이다. 해적질을 눈감아주는 중국이 우리의 ‘사드’ 배치에는 삿대질하니 염치와는 담 쌓은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