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호랑이의 귀향

2017-01-30     김용언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호랑이(새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 호랑이만큼 우리 속담에 많이 등장하는 동물도 드물 것 같다. 제말하면 나타나는 게 호랑이 이고, 고양이 인 줄 알고 주워다 길렀더니 호랑이새끼더라는 얘기도 전해온다. 양호후환(養虎後患)이다. 호랑이가 많았던 옛날에는 호환(虎患)도 많았다. 그러면서도 산신(山神)으로 떠받들기도 했다. ‘호랑이 잡고 볼기 맞는다’는 속담이 그래서 생긴 모양이다.
호랑이는 풀벌레조차도 숨소리를 죽일만큼 두려운 존재다. 그런데도 우리의 민화는 희한하다. 민화 속 호랑이는 표정조차도 재미있고 귀엽기까지 하다. 간 담뱃대를 문 호랑이에게 토끼가 다가가 담뱃불을 붙여주는 그림 앞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호랑이 담배 먹던 이야기’의 현장이 아닌가. “얘기가 얘기의 꼬리를 물고 또 꼬리를 물고하여 옛얘기가 나오고 도깨비 얘기가 나오고 나중에는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먹던 그런 얘기까지도 나와서 웃고 떠들고….” <이희승-수필>
지난 세밑 호랑이떼가 눈밭을 걸어가는 사진이 보도된 일이 있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에 있는 동북호림원(東北虎林園)의 풍경이었다. 8마리이던 호랑이를 잘 번식시켜 지금은 1000마리가 넘는다고 했다.
봉화군 춘양면 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에 마침내 주인이 들어왔다. 우리나라 남쪽 산림에 수컷 호랑이 2마리가 방사되기는 100년만이라고 한다. 4월엔 암컷 2마리가 더 들어온다. 백두산 호랑이가 우리 산림에서 마지막 숨을 거둔 때가  1921년이다. 경주 대덕산이다. 시쳇말로 ‘인증샷’도 있다. 이제는 동물원이 아닌 4.8㏊ 숲속에서 활동하는 호랑이를 볼 날도 머잖다. 박연암의 옛 소설 ‘호질 ’(虎叱)에서는 부패한 유생들이 호랑이의 교화를 받는다. 현대판 ‘호질’에서는 누가 대상이 될까? 그 대상이 너무나 많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