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017-02-21     경북도민일보

 -한상권

산청을 지나 하동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우리 모두 함께, 라는 말을 해보자고 했다
남명을 건너 흘러가는 버스 안에서
누군가, 같은 방향으로 달리지만
속도와 시선이 다르면 서로 다른 길이라고 했다
아주 잠깐이라도 손을 들어
창밖의 꽃나무를 향해 손을 흔들면
우리는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가끔 빗소리가 사선을 그으며 내리지만
비슷한 걸음을 잠시 멈추고
카메라가 내장된 휴대전화기를 꺼내
나는 위에서 사선 방향으로 사진을 찍었다
작은 화면엔 너의 흰 손 하나만 보이는데
너의 흰 손과 내 파란 셔츠가 동일하게 놓이지 않아
다시 찍기 위해 필름을 지우려 했지만
너는 텅 빈 그 옆에 보이지 않는 내가 보인다고 했다
버스는 섬진강도 감나무도 함께 싣고 하동으로 달렸다
맨드라미 꽃물 든 길들이 내 안에서 출렁거렸다
이 길 끝에는 새로운 내가 있을 것이다
가을이 우릴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