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원사업`높은 다리’
2007-07-16 경북도민일보
사람 하나 지나가면 꽉 찰 다리지만 강 건너 저쪽과 이 쪽을 잇는 지름길이었으니 요긴한 교통로이었을 것이다. 그나마도 없으면 물에 젖어가면서 건너야 했을 테니 시골 마을에선 공동재산목록에 오를만한 값어치를 지녔겠다 싶기도 하다. 서양에도 이런 다리가 있었던지 J·콕토의 `잠의 넋두리’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물통과 낡아빠진 판자와/케케묵은 문짝으로 만든 /조프르다리/발걸음의 반음(反音)/마주 삐걱거리는 다리기둥…/이 다리가 시가의 첫 가구(街區)로 가는 길”
포항 변두리 곳곳에 장마철마다 고립되는 산촌마을이 있다고 한다. 죽장면 하옥리를 비롯한 여러 마을의 불편한 삶이 어제 보도됐다. 오천읍 항사리의 다리는 30㎜ 비에도 물에 잠긴다니 `잠수교(潛水橋)’임엔 틀림없다.
장기면 대곡리에선 겨울비에 하천이 불어나 노부부가 급류에 휩쓸리기도 했다니 `높은 다리’가 숙원사업일 수밖에 없겠다.
세상엔 `명품 다리’도 많다.실제로 본 일은 없을지언정 잘도 읊조리는 `미라보 다리’를 비롯해 아름다워서 이름나거나, 위용으로 이름을 떨치는 다리들도 수두룩하다.그런가 하면 낭떠러지 양끝을 외줄로 연결해 곡예하듯 강을 건너는 오지의 다리들도 있다.다리의 양극화라고나 할까.
포항은 첨단과학도시를 자처한다.그런데도 도심을 벗어나면 오천읍 항사리처럼 `잠수교(潛水橋)’에 목숨을 거는 산골마을도 있다.돈이 줄줄샌다는 `고사분수’대신 `높은 다리’나 세웠더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