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벡호 `악몽은 끝났다’

2007-07-19     경북도민일보
우연치고는 거의 필연에 가깝다.
 2007 아시안컵축구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태극전사들이 공교롭게도 아시아의 전통 강호 이란과 4회 연속 8강전에서 맞붙게 됐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와 조별리그 D조 최종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면서 조 2위를 확정, `자카르타의 기적’을 통해 극적으로 8강행 티켓을 차지했다.
 하지만 힘겨운 8강행 뒤에는 `산너머 산’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과 유달리 악연이 깊은 이란. 한국은 유독 아시안컵에서 이란에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1972년 아시안컵에서 이란과 준결승에서 만난 한국은 1-2로 지면서 1960년 이후12년 만에 찾아온 우승컵 탈환의 기회를 눈앞에서 날렸다. 이란 징크스의 전초전이었던 셈.
 1988년 조별리그 4차전에서 이란을 3-0으로 꺾으면서 아픈 과거를 잊는 듯 했던태극전사들은 1996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회 8강전에서 무려 6골을 내주는 졸전 끝에 2-6으로 참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2000년 레바논 대회 8강에서 다시 이란을 만나 두 골을 터트린 이동국(미들즈브러)의 활약으로 2-1 승리를 거두면서 징크스 탈출에 성공하는 듯 했지만 2004년 중국 대회 8강전에서 이란과 난타전 속에 3-4 패배를 당했다.
 이란과 악연은 아시안컵뿐 아니라 아시안게임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해 도하 아시안게임 3-4위전에서 한국은 이란에 0-1로 졌고,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는 승부차기 끝에 결승행 티켓을 내줬다. 그보다 앞서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도 0-1로 패했다.
 이에 따라 80년대 이후 이겼던 기쁨보다 패배의 아픔을 곱씹었던 기억이 많은 이란과 아시안컵 8강에서 재격돌하게 된 태극전사들의 각오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베어벡 감독의 거취가 달린 8강전인 만큼 태극전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란을 넘어 아시안컵에서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