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2017-04-25     경북도민일보

-이철우

군불 때며 밥 짓던 아궁이에 쪼그리어
고웁던 눈가를 소매로 닦으실 새
매운 연기 까닭인 줄 알았습니다 

뻐꾸기 느릿느릿 울어대던 골짝
천수답 너마지기 논두렁에 앉아
구구장천 한없이 바라보실 새
흘러가는 구름을 보시는 줄 알았습니다 

헤어진 옷 팽개치며 새 옷을 사달라고 졸라댈 때에
말없이 돌아 앉아 기워 주실 새
앙상한 두 어깨가 자꾸만 떨리는 걸 보았습니다 

애태워 살아 보려 갖은 만사 허덕일 새
이내 속히 자라나게 세월아 빨리 가라 재촉했는데
눈물샘 이 세상을 가녀려 못 이기어
바람결에 홑씨같이 떠나가신 어머니 

푸성귀 같은 어머니
염포로 꽁꽁 묶고 삼베로 가릴 때
영영 볼 수 없음 알아 늘어진 목젖 가슴을 메우고
가뭄들 때 햇살이 어머니 가슴 다 태우던
천수답 너마지기 비탈진 곳에
무심한 사람들, 어머니 묻을 때에

산아 산아 붉은 산아!

붉은 하늘아! 

살다 보니 외롭고 서러울 때 많아
투정하듯, 어머니 무덤가에 찾아오면
그리워서 목이 메고 패자 되어 꺼이~꺼이
어머니 머릿결은 푸석 푸석 했는데
무덤위에 들풀은 어찌 이리 윤기나게 푸른가요 

애절한 이 언덕 굽이진 비탈길을
터덜터덜 내려올 새

어머니~!

그 때처럼 뻐꾸기가 구성지게 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