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마

2017-05-08     경북도민일보

-수예 분자

기니긴 동지 석 달
문풍지 떨리던 이른 새벽
호롱불빛 아래 정화수 두 손 모은
옴마 등 그림자
정지 문틈 사이 빼꼼 내다 본 유년

도마 위 토닥이는 칼질소리
살찐 칼치 위
붉은 고추 초록실파 양념장 익을 무렵
두레상 앞 침 꿀꺽 삼키던 때
토종대구 고니국은 어찌 맛나던지 
가마솥 구수한 쌀뜨물 끓어오르면
주걱 젖는 둔탁한 소리마저
목멘 사무침 될 줄이야

옴마가 고봉으로 퍼주던 쌀밥보다
대소쿠리 떡을 듬북 담아
이웃 나눔 신났던 심부름에
힘이 솟던 천국 그 천국을
나는 오래토록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