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눈빛

2017-05-31     경북도민일보

[경북도민일보] 이철우

희망을 품지 않은 눈동자는
무형의 느낌으로도 알 수 있다

공원에서 취해 쓰러진
어느 노숙자를 일으켜 세우다
그런 잿빛 눈동자를 보았다
검푸르게 갈라진 입술로 대뜸
“죽어야 할 텐데
죽어지지를 않는구나”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생명의 가치와 산다는 것이
이토록 무의미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존재의 빈곤 속으로
한없이 곤두박질쳤다

그 나락에서 알게 되었다
산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실재를 의미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야 될 그 무언가를 위해
두 눈 시퍼렇게 부릅뜨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몸부림치는 게 살아있는 것이라고
죽는 날까지 펄떡거리는 꿈이 살아서
그 꿈으로 기다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오늘의 너머를 열망하지 않으면
이미 죽은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