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누룽지

2007-07-25     경북도민일보
 누룽지는 글자 그대로 솥 바닥에 눌어 붙은 밥이다. 살기 어려웠던 시절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룽지와 관련된 추억을 몇 가지 씩은 간직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쪼로록 소리가 들릴만큼 배가 고플 때 누룽지를 몇 조각으로 나눠 입맛이라도 다신 사이라면 매우 절친한 친구였음에 틀림없으니까.
 그래서인지 누룽지는 문학 작품의 글감으로도 훌륭했던 듯 싶다. 서정범의 `미리내’에서 한 대목 옮겨본다.
 “은하라는 소녀는 나의 짝이었다. 우리 마을에서 오리 가량 더 가야 되는 마을에 살았다. 청소나 양계 당번도 한 반이고 누룽지까지 가져다 나눠 먹는 사이였다.” 이 누룽지에 물을 부어 끓인 밥이 `눌은밥’이다. 심훈의 `영원의 미소’에도 눌은밥이 등장한다.“허리띠를 늦추고 눌은밥 숭늉을 훌훌 마시고 나니 세상에 더 바랄 것이 없는 듯이 마음이 느긋하였다.”
 누룽지-눌은밥-숭늉 3부작은 이제 추억 속의 먹을거리가 되고만 것일까. 음식점엘 가도 `별식’ 대접을 받는 세상이다. 가짜가 판치는 세상이어서인지 `짝퉁 누룽지’를 판 사람에게 대구지법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중국산 쌀로 만든 누룽지를 국내산으로 속여 팔다가 들통나고 만 것이다. 판결문 가운데 “우리 농촌에 남아 있는 마지막 희망의 싹마저 잘라버리는 행위”라는 대목이 눈길을 잡는다.
 요즘은 누룽지도 공장에서 만드는 세상이니 대량생산이게 마련이다. 이번에 덜미 잡힌 사람도 1억8000만원어치를 팔다가 걸렸으니 `솥떼기’로는 어림도 없는 분량이다.짝퉁을 만드느라 중국산 쌀 46곘,국산과 중국산을 섞은 쌀 10곘이 들어갔다니 대량 제조다.
 요즘 외국산 쌀이 날개 돋친듯 팔린다고 보도된다. 여기에 값싼 미국산 쇠고기가 밥상을 점령할 태세다. 삼겹살마저도 주춤주춤 밀려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그래도 쌀을 `우리 농촌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한 판사의 마음이 헤아려진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