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관심으로 피어나는 꽃 ‘해바라기’

2017-07-10     경북도민일보

[경북도민일보]  ‘해바라기’하면 사람들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대부분 ‘지고지순한 사랑’, ‘순정’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내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조금 다르다. 어릴 적 내 눈에 여름 태양을 향해 위풍당당하게 서있던 해바라기 꽃밭은 마치 견고한 성처럼 느껴졌고 친구와 싸우면 그 속에 숨어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어른이 되어서 알게 된 약간의 식물학적인 지식은 나에게 강인하고 든든한 해바라기의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강렬했던 해바라기의 이미지와 누군가의 견고한 안식처가 되고 싶다는 바람 덕분이었는지, 어른이 된 지금의 나는 해바라기센터에 근무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경북서부해바라기센터(김천)는 여성가족부, 경상북도, 경북지방경찰청, 김천제일병원 4자 협업을 통해 운영되는 곳으로 ‘기다림’이란 그 꽃말처럼 365일 24시간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피해자들을 위해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다.
 다음을 기약하기 위한 모든 조건을 하나의 꽃 안에 갖춘 해바라기처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군데 모여 원스톱으로 피해자 조사, 심리치료, 법률지원 등 입체적이고도 신속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탈무드에는 ‘한 사람을 구하는 것은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주변에 작은 관심을 더할 때 짙은 그늘에 있던 피해자를 다시 햇살 속으로 끌어낼 수 있고, 그 관심은 한 명의 피해자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혼자 고민하고 있을 피해자에게 여기 당신을 믿고, 지지하는 이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가장 든든한 지지자는 바로 당신이기에 다시 꽃피우고 봄을 부르는 당신의 용기 또한 필요하다고 덧 붙여 당부해 본다.

오혜진(경북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경북서부해바라기센터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