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위 위협하는 防産비리
정치적 고려 없이 발본색원해야

2017-07-18     모용복기자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1조3000억원을 들여 개발한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이 부실 덩어리 무기체계였다는 충격적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리온 개발사업을 둘러싼 방산(防産)비리 혐의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조짐이다.
 감사원이 지난 16일 발표한 감사결과에 의하면 수리온 헬기는 엔진·기체·탑재장비 등 곳곳에 문제가 있고 심지어 기체 내부에 빗물이 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15년 10월에서 2016년 3월까지 미국에서 진행된 수리온 체계결빙 성능 시험에서 101개 항목 중 29개가 기준에 미달됐음에도 방사청이 납품을 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또 KAI 인사운영팀 소속 차장급 직원이 처남 명의로 설계용역업체를 차려놓고 직원들의 용역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수리온, 경공격기 FA-50 개발 업무 등 총 247억원 어치를 KAI로 납품받아 이중 118억원을 고스란히 착복하고, 차명계좌를 통해 20억원은 직접 받아 챙긴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에 있다.
 이 직원은 용역비가 제대로 지급되는지 점검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다. 이쯤되면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방탕산업’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수 년에 걸쳐 수 백억원이 줄줄 새나가는 데도 요즘 같이 고도화된 정보화시대에 이를 눈치채거나 감시하는 레이더망 하나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미심쩍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검찰도 일개 차장급에 불과한 위인(偉人)이 혼자서 해먹기엔 횡령·배임 규모가 이례적으로 크다고 여기고 고위 경영진의 묵인이나 방조, 또는 상납이 이뤄졌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처럼 일 개인이 수백억원 대의 방산예산을 떡주무르듯 했다면 방산비리가 그 규모의 크기에 관계없이 우리사회에 만연한 것이 아닌가 심히 걱정된다. 방산비리는 장비의 부실화를 넘어 전체 군의 기강해이를 촉발시켜 총체적인 전력부실과 안보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올려 전 세계를 놀라게 만들고 한편으론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해 시시각각 한반도를 전쟁의 위협으로 몰아넣고 있는데 우리는 몇 사람이 한 줌도 안되는 자신의 영달을 위해 나라의 안보를 위기에 빠뜨리게 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범죄행위가 어디 있겠는가.
 문재인 대통령도 그저께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방산비리는 단순한 비리를 넘어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며 비리척결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내비쳤다.
 문 대통령의 방산비리 척결방침은 시의적절하고 또 반드시 이뤄내야하는 절대과업이다.
 하지만 사정 칼날을 전 정권에 대한 보복이나 현 정부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휘두른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방산비리 수사는 역대 정권 출범 때마다 등장한 단골메뉴였다.
 그것은 인적청산을 통해 이전 정부와 차별화하는데 방산비리 척결만큼 파괴력이 크고 만만한게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 말씀으로 시작해 군, 검찰, 경찰, 국세청, 금감원 등 모든 안보·사정당국이 총동원돼 일을 벌여놓고선 용두사미로 끝나는 게 대부분이었다.
 안보확립 의지보다 정치적 목적이 앞섰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정치적 목적이 달성된 후에는 사정 칼날이 무뎌지는 바람에 방산비리 패악(悖惡)의 사슬을 완전히 절단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정권이 바뀐 후면 그 사슬이 자신들을 옭아매는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달 초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후 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지금 우리가 맞이한 안보상황은 한 치의 빈틈도 허용돼선 안될 만큼 위중하다”고 말한 바와 같이 현재 우리는 6·25전쟁 이후 최대 안보위기를 맞고 있다.
 지금 방산비리로 생긴 안보 구멍을 제대로 메우지 못하면 종래에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만약 유사시 수리온이 뜨지 못하고 전력무기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나라의 존망(存亡)을 장담 못할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눈앞이 캄캄하다.
 방산비리는 명백한 이적행위이자 매국행위다.
 그 근원을 건드리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독버섯처럼 자라나 우리의 안보체계를 흔들어 놓을 지도 모른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방산비리 척결을 언급하면서 참여정부 시절 설치됐다 유명무실 된 반부패협의회를 복원시키기로 했다. 우려되는 점은 만약 반부패협의회가 과거를 파헤치는데 집중하다보면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켜 부패와 비리척결에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러한 점을 잘 상고(詳考)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수리온으로 불거진 방산비리를 반드시 발본색원해 다시는 국가안위를 담보로 사익(私益)을 노리는 독버섯이 이땅에서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