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신 몸’ 옥수수

2006-06-21     경북도민일보
 
 
 
   술취한 운전자들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는 음주측정기 일 것이다.“더 부세요.더!더!더!더!….” 빨간 불방망이를 든 경찰의 불호령에 장단이라도 맞추듯 덜컥덜컥 올라가는 알코올 지수가 야속할 지경이다. 우리가 마시고 취하는 알코올의 대표가 에탄올(=에틸알코올)이다. 그런가 하면 에탄올은 석유를 분해하여 만드는 에틸렌이 원료가 되기도 한다.석유를 마시는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라고나 할까.
 에탄올이 바이오 에너지로 떠오르자 옥수수가 귀하신 몸이 됐다. 단순한 먹을거리에서 에너지 장사꾼들이 눈독을 들이는 `대박거리’로 변신한 까닭이다.브렌트유 값이 배럴당 55달러를 넘어서면 옥수수,사탕수수가 원료인 에탄올은 경쟁력을 갖는다는 외지의 보도다.
 미국 농림부는 올해 거두어들일 옥수수 105억 부셀(1부셀은 약 2말)가운데 14%가 에탄올 제조에 쓰일 것으로 보고있다고 한다. 고유가 추세가 숙지지 않으면 그 비중은 몇 년 안에 35%까지 치솟으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옥수수에서 떼돈이 나오게 생겼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들인가.
 옥수수가 에탄올이 되어 자동차 연료로 태워지면 속이 시커멓게 탈 사람은 따로 있다. 옥수수로 주린 배를 채우는 아프리카 주민들이다. 부자나라 사람들에겐 옥수수 에너지가 대박거리일지 모르지만 가난한 나라 백성들에겐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옥수수 재배가 상종가를 치게되면 다른 농작물은 `쉰 밥’대접을 받게 되어 식량난이 가중되는 것은 아닌지 애가 탈 지경이다.
 “아이는 옥수수를 좋아했다.옥수수를 줄줄이 다음다음 알알이 뜯어먹는 맛이 참 재미도 있다.알이 배고 줄이 곧은 자루면 엄지손가락 켠의 손바닥으로 될수록 여러 알을 한꺼번에 눌러 밀어 얼마나 많이 붙은 쌍둥이를 떼어 낼 수 있나 누이와 내기도 했었다.” 황순원의 `별’이 그리워지는 세월이 오려나?
 /김용언 논설위원 ki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