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 13년만에 첫 흥행 … 초심으로 돌아가게 됐다”

특급흥행,‘범죄도시’제작사 홍필름 김홍백 대표를 만나다

2017-11-05     뉴스1

[경북도민일보 = 뉴스1] 영화 ‘범죄도시’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벌써 개봉한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건만 박스오피스 3위권 내에 자리를 틀고 앉아 꿈쩍 않는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임에도 불구, 600만 관객을 넘긴 데 이어 잘하면 700만까지도 넘길 수 있을 전망이다. 한 달 전만 해도 개봉 예정작 중에서 ‘최약체’로만 보였던 이 영화가 여기까지 오리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출연 배우들도, 감독도, 제작자도 기대하지 못한 ‘특급 흥행’이다.
400만 관객을 넘긴 직후 만난 ‘범죄도시’의 제작사 홍필름 김홍백 대표는 “꿈이냐 생시냐”라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제작자로서 오로지 손익분기점(200만 명)을 넘기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 배가 되는 관객을 동원하고 보니 “얼떨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듯했다. 
영화 프로듀서 출신인 김 대표는 독립해 자신의 회사를 차리기 전, 영화 ‘죽어도 좋아’(2002), ‘효자동 이발사’(2004),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 등의 제작자로 경력을 쌓았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끝으로 영화사 ‘홍필름’을 세우고 약 13년간 ‘심야의 F.M.‘(2010) ‘뜨거운 안녕’(2013) ‘살인자’(2013), ‘워킹걸’(2014) 등의 영화를 만들었다. 올해는 ‘범죄도시’ 외에도 지난 2일 개봉한 ‘부라더’로 ‘2연타’를 노리고 있는 중이다. 제작사를 운영한 13년 만에 처음으로 ‘흥행’을 해본다는 김홍백 대표를 논현동 키위미디어그룹 사무실에서 만났다.

-‘범죄도시’가 성공적인 흥행 성적을 내고 있는 소감이 어떤가?
▶일단 얼떨떨하다. 원래 목표는 손익분기점이었는데, 그저 좋다기 보다는… 좋다, 사실은. 좋은데 그 좋음이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 스태프, 배우들이 좋아하니까 그 사람들을 보는 것으로도 되게 기쁜 그런 거다. 다들 ‘고생한, 힘들었던 김홍백이가 이제야 빛을 보는구나’ 이런 얘기를 하면서 즐거워할 때 그걸 보면서 기쁘다,

-마동석이나 감독 등 함께 한 사람들과는 요즘 무슨 얘기를 나누나?
▶꿈이냐 생시냐 하고 있다. 이런 결과가 나올줄 몰랐다. 다들 서로가 서로를 격려해주고 있다. ‘너 때문에 잘됐다, 너 때문에 잘 됐다’ 하면서 격려해준다.

-제작사를 차리기 전 프로듀싱한 작품들 중에 유명한 작품들이 많더라.
▶그래서 영화사를 만들면 바로 흥행도 하고 이런 영화를 만들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세상을, 영화판을 쉽게 본 거였다. PD를 하면서 흥행도 했고, 톱 배우들과 작업도 하고 이러면서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끝나자마자 영화사를 차렸는데. 흥행을 계속 못 했다. 4년 이상 영화를 못 하다가 어렵게 ‘심야의 FM’ 했는데 그것도 잘 안 되면서…. 잘 안된 건 아니다. 2주간 1위를 했는데 비수기라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제작자들은 손익분기점을 넘느냐 못 넘느냐 그런 게 중요하다. 수치보다 손익분기점을 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하는 건데 그걸 못했다. 그 다음부터는 예산이 작은 영화를 했는데 그 영화들도 손익분기점을 못 넘겼다.

-‘범죄도시’가 처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인 건가?
▶그렇다. 영화사 차리고 13년 만이다. 그 부분에서 감회가 새로운 게 있다.

-처음 이 영화의 아이디어가 주인공인 배우 마동석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들었다. 어떤 과정 속에서 영화 제작에 참여하게 됐나?
▶마동석이 거의 10년 전부터 했던 얘기다. 10년 전부터 자기는 강력계 형사로, 나쁜 악당을 잡는 형사물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해왔다. 간단한 스토리를 이야기 하고는 했는데 4년 전부터 강윤성 감독과 두 사람이 만나서 구체적인 스토리를 찾게 된 거다. 그러면서 마배우가 나에게 같이 한 번 해보자고 하더라. 가리봉동의 2004년도 이야기가 재밌더라. ‘오케이 같이 하자’해서 장원석 대표도 합류했다. 그리고 나서 만 3년 반 만에 시나리오를 썼다. 3년 반 뒤에 투자가 결정이 됐다. 그게 2014년이다. 

-‘범죄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시나리오는 1년 만에 뽑았지만, 투자받는 데 3년 반이 걸렸다. 그때는 마동석이 캐스팅된 상태였다. 액션 영화다 보니까, 예산도 들어가는 영화가고 하다 보니 투자사가 많이 의심을 하더라. 우리의 의지와 우리의 절실함이 아직 투자자들이 봤을 때는 의심이 되는 거더라. 그게 전화위복이 됐다. 그 덕분에 우리는 시나리오를 고치고 또 고치고, 그러면서 시나리오가 점점 더 좋아지더라. 그래서 3년 반이 온 거고, 그 시점에 운이 좋게 키위미디어가 투자를 해주기로 했다. 이 영화를 제일 잘 봐주시더라. 이 회사에서만 ‘제일 흥행이 될 거다, 밀겠다’고 해주더라.

-그외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투자를 받고 나서는 사실은 어려움이 없었다. 술술 뭐가 잘 풀리더라. 우리 내부적으로는 좋은 배우들을 캐스팅 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고, 마동석, 윤계상, 최귀화까지 말고도 이 역할에 딱이다 싶은, 우리 스스로는 약간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디션을 통해 정말 좋은 배우들을 캐스팅 해서 정말 잘 될거라고, 스스로 자부하고 찍었다. 하지만 밖의 시선은 ‘작은 영화’더라. 우리는 잘 나왔는데, 추석에 모니터 시사에서도 반응이 잘 나왔는데, 밖에서는 ‘최약체’, 작은 영화라고 하더라. ‘어 그런건가?’ 우리 현실이 이런 건가 싶었다. 그런데 개봉하면서 관객들이 인정해주고, 입소문이 나고 하면서 안도감이 생기더라.

-영화가 잘 되면서 배우들의 인기도 높아졌다. 마동석, 윤계상 외 다른 배우들을 주목하게 되더라.
▶그게 사실 너무 좋다. 너무 뿌듯하다. 다 오디션으로 발굴했다. 조재윤, 최귀화까지는 오디션을 안 했고, 나머지 배우들은 전부 오디션이었다.

-감독님에 대해서도 얘기해달라. 17년간 데뷔를 못하고 계셨는데, '범죄도시'의 연출을 맡게 된 과정을 알고 싶다.
▶강윤성 감독은 17년 전 굉장한 유망주였다. 시나리오를 잘써서 17년 전에 모 영화사에서 거의 촬영 직전까지 갔었다. 다 준비했는데 그게 잘못되서 엎어지고 다른 영화사에서 가서 엎어지고 하던 과정이 많았던 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는 사람들은 분명히 ‘잘될 것이다’ 하는 기대가 다 있었던 사람이다. 그게 13-14년 지나서 마동석을 만나면서…. 물론 그 전에도 두 사람은 친구사이였다. 작품적으로 만난 걸 말하는 거다. 마동석의 아이템을 듣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잘 된거다. 잘 될거라고 생각했다.

-그밖에 영화를 찍으며 도움을 받았던 사람 중에 기억나는 사람이 있나?
▶이 영화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를 내주신 형사 분이 계시다. 앞으로 나오시지 않으려는 분이다. 현직에 계시니까. 그분이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는 많은 얘기들을 해주셨다. 감독님이 그분께 많은 도움을 받았다. 예를 들어 마지막에 악당들을 잡는 유인해 룸살롱에 가서 잡는 장면이 있다. 장첸은 놓쳤지만. 그런 작전 같은 것이 그분이 해주신 얘기다. 그걸 살짝 각색했다. 영화적으로 아슬아슬하게 한 건데, 실제로 그렇게 잡았다는 얘기를 해주시더라. 또 지배인의 팔을 자르고 한 일은 실제 사건이더라.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처음부터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을 목표로 했던 것인가?
▶그렇다. 처음부터 ‘19금’으로 생각했다. 잠깐 15세 관람가 등급도 됐으면 좋겠다는 기대치도 있었는데, 막상 만들어 놓은 걸 봤을 때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다고 처음부터 잔인하게 찍고 싶진 않았다. 묘사는 절대 잔인하게 하지 말자고 했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일 수밖에 없는 폭력적인 장면이 많다. 하지만 관객들이 ‘윽’하고 눈을 감는 이런 건 최대한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묘사 수위는 낮았다. 분위기가 무서울 뿐이다.

-‘범죄도시’가 제작자 김홍백에게 어떤 영화로 남을 것 같나?
▶날 초심으로 돌아가게 한 영화다. 이 영화를 하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어쨌든 흥행에 실패하니까 ‘역시 톱 배우를 캐스팅해야 돼’, ‘다 자극적인 걸 해야하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무슨 영화를 만들어야 흥행 할 수 있을까에 대한 혼란이 있었다. 모르겠는 거다. 계속 안 되니까. 내가 했던 영화들이 다 흥행이 안 됐지만, 나름 의미가 있고 메시지가 있는 영화라 생각했다. 그런데 혼란에 빠졌고 그랬는데 ‘범죄도시’를 하면서 다시 ‘꼭 스타 마케팅이 아니어도, 꼭 메이저 투자사 자본이 아니어도 흥행할 수 있다’, ‘이야기만 재밌고, 신선하게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면, 영화의 힘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게 사실 내 초심이었다. 꼭 스타 캐스팅이 아니어도, 영화를 잘 만들면 흥행하지 않을까, 하는 초심으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걸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제작자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이제는 초심을 갖고 일하겠다. 그전에는 손해를 보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내가 지금 준비하는 작품에 대한 의심을 많이 했다. 작품을 만드려면 자금이 들어간다. 그것에 대해 되게 조심스러웠다. 이제는 그런 것에 대해 조금은 내가 할 수 있겠다, 하고 싶은 영화도 조금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계속 영화를 만들고 싶다. 할 줄 아는게 영화밖에 없다. 평생 직업이 됐으면 한다. ‘범죄도시’를 통해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조금 더 주어지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