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약품 달걀

2007-08-15     경북도민일보
 새벽닭의 울음소리는 살아남은 기쁨의 표현이라고 한다. 밤눈이 어두운 닭은 해만 지면 불안이 시작된다. 언제 습격을 받을지 모르는 까닭이다. 그렇게 두려움 속에 긴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게되니 환호성이 안터져 나온다면 오히려 이상한 노릇일지도 모른다.
 `암탉이 울면’어쩐다는 생각을 아직도 지니고 있다면 그는 분명 `간 큰 남자’다. 아랫목에 길게 누워 재떨이 심부름까지 거침없이 시키던 남자들도 이제는 간단한 음식 정도는 스스로 해결해야 할 기회가 많아졌다.그 대표음식 가운데 하나가 달걀 프라이다. 그렇다고 프라이가 쉬운 것만도 아니다. 흰자위를 태워먹기 일쑤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흰자위가 굳을 때쯤 주위에 따뜻한 물을 조금씩 부으라는 권고도 귀담아 들어둬야 한다. 프라이팬과 달걀 사이가 떨어져 타지않는다는 것이다.
 어렵던 시절 찐 달걀 투가리는 영양의 보고(寶庫) 대접을 받았다.달걀말이는 요즘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이를 실증이라도 하려는 듯 김광언의 `민속지’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나는 지금도 아내가 만드는 달걀말이를 좋아한다. 달걀 서너개를 풀어놓은 것에 잘게 다진 파, 양파, 당근, 고기 따위를 섞어서 번철에 얇게 펴 부친 다음 접어 말아서 엄지 손가락 굵기로 썬 것이다. 무엇보다 저분저분해서 술안주로 적격이다.”
 이젠 달걀 프라이도, 달걀말이도 마음놓고 즐길 수 없는 시대가 닥쳐올지도 모르게 됐다. 중국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에선 100% 화학약품으로 만든 가짜 달걀이 양산돼 버젓이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현지 신문인 정저우일보가 이렇게 보도했다. 식품 첨가제인 알긴산나트륨으로 흰자위와 노른자위를 만들고, 시멘트 주원료인 탄산칼슘으로 껍데기를 만든다니 해도 너무 했다.
 화학약품 덩어리를 먹고도 살아남는 사람이야 말로 `위대(胃大)’하다 싶다. 닭먹이에 항생제 성분 많이 넣는 축산업자가 있다면 차제에 생각을 달리했으면 좋겠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