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방과 두뇌 마사지에 좋은 야상곡

김일영의 클래식 이야기

2018-12-09     경북도민일보

[경북도민일보]  유럽의 여름은 해가 길다. 특히 여름에는 섬머타임을 사용하기 때문에 저녁시간이 우리나라와는 완전 다른 분위기다. 필자도 유학시절 독일의 여름의 한나절 해가 어찌나 길던지 7·8월의 해는 오후11시가 넘어야 어두워진다. 독일 여름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도시의 저녁거리를 걷자면 낭만적이고 매력적인지 시간은 흘렀어도 그때의 추억은 아련하기만 하다. 그래서 그런지 유럽이라는 곳은 밤에 활동하는 문화가 잘 발달되었고 즐길 거리도 많다. 100여 년 전만해도 당시의 귀족과 상류계층들의 사교모임인 음악회가 많이 있었는데 그들의 사교모임 중 저녁을 먹고 피아니스트와 연주자들의 연주를 감상하며 자유스럽게 시간을 보내며 친교 하는 문화가 있었다. 이때 주로 감상했던 음악이 있었는데 당시 유럽에서 크게 유행했던 ‘야상곡’ 즉 ‘녹턴’이었다. 오늘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 봤을법한 음악, 야상곡(녹턴)에 대해 서술해본다.
 
 -두뇌건강에 좋은 야상곡
 정신과학 즉 뇌과학적으로 해석하자면, 치매와 같은 노인성 뇌질환 예방에는 주기적인 두뇌정화 활동이 필요한데, 두뇌정화 활동이란 비유하자면 컴퓨터 디스크 정리, 드라이브 조각모음 및 최적화 기능이다. 사람의 뇌에 해당되는 컴퓨터 디스크도 쓸데없이 메모리 용량만 잡아먹는 쓰레기 파일들을 삭제하고 정리하고, 어지럽게 너부러진 파일들을 주기적으로 잘 정리하여 최적화하지 않으면 컴퓨터 기능이 먹통이 되기 일쑤이다.
 사람 두뇌 역시 쓸데없는 지식이나 정보, 온갖 망상과 욕구가 만들어 낸 착각과 오해들을 주기적으로 지워버려야 제대로 생각할 수 있게 되는데, ‘야상곡’과 같은 차분하고 고요한 작품들은 온갖 잡념으로 피곤한 뇌를 청결하게 하고 휴식하게 한다. 그러므로 야상곡 감상이 꼭 필요한 연령대는 중년 또는 말년이다. 야상곡은 치매, 알츠하이머 등 온갖 노인성 뇌질환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낮 동안의 온갖 정신활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밤에 듣는 휴식 음악이 야상곡인 것이다. 사람들은 몸만 마사지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두뇌 마사지도 있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다. 뇌 마사지 중에 단연 으뜸이 클래식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두뇌의 퇴화, 뇌기능의 저하, 뇌기능의 노화 방지에 가장 좋은 클래식 곡은 바로 야상곡이다.
 ‘야상곡’이란 단어는 아래 서양 고전음악 장르 명칭에서 파생된 뜻이다. 야상곡은 영국의 존 피일드(John Field, 1782~1837)가 창시한 음악의 한 형식으로 가톨릭 영향을 받은 그가 ‘밤기도’(Nocturn)에 착안을 하여 밤의 정적과 몽환적이고, 달콤한 가락으로 연주한 음악이다.이것은 사랑의 장르였던 세레나데에서 출발하여 사랑을 호소하고 부드럽고 감미로운 음악이 시대가 흘러 점차 가사가 없는 관현악 작품으로 우아하고 로맨틱한 멜로디의 선율의 ‘저녁의 음악’ ‘야상곡’(Notturno)으로 발전하였다.
 ‘녹턴’의 어원은 ‘녹터널’에서 따온 말로, ‘밤에 활동하는’, 밤과 어울리는 것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해, 밤에 연주하는 음악이라는 뜻인데, 영어식 읽기표현으로는 ‘녹턴’, 프랑스어로는 ‘녹튀르’ 라고 한다. 유럽의 밤 문화 중에서 전통적으로 귀족, 상류층들의 취향에 맞게 초저녁에 저녁을 먹고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들으며 자유스럽게 교재하며 시간을 보낼 때 연주되던 곡들이 발달되었는데 이러한 곡들을 지칭하여 야상곡(녹턴)이라고 한다.
 
 -녹턴
 녹턴을 맨 먼저 작곡한 사람은 아일랜드의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인 J.필드로 알려져 있다. 그의 20곡에 가까운 녹턴은 쇼팽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쇼팽은 정교하고 세련된 피아노소품을 작곡했다. 녹턴에는 피아노독주곡 이외에도 보로딘의 ‘제2현악 4중주곡 중 제3악장’,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중의 ‘관현악곡’ 등이 있다. 또 드뷔시는 여성의 합창을 곁들인 관현악을 위한 3악장으로 이루어진 인상파적 작풍의 ‘녹튀른’을 작곡하여 ‘녹턴’이란 이름에 새로운 뜻을 부여하였다.
 필자가 가장 추천하고 싶은 야상곡은 바로 쇼팽의 녹턴(Nocturne Op. 9, No. 2 in E flat)이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야상곡일 것이다. 그의 음악은 우리나라사람들의 감성에 잘 맞아 우리의 정서에 잘 어울린다. 분명 한번만 들어도 쉽게 각인되어 감동에 빠져버린다. 쇼팽의 야상곡은 주로 피아노 독주 또는 작은 실내악으로 연주된다. 그리고 TV나 라디오, 특히 광고음악에서도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그의 녹턴은 우리에게는 아주 친숙한 음악일 수 있다. 녹턴(Nocturne)은 서양에서의 표기이고 야상곡(夜想曲)은 동양에서의 표기이다. 제목그대로 알 수 있듯이 고요하고 낭만적인 밤에 연주하여 감성적으로 조용하고 달콤한 사랑스러운 멜로디를 연주하는 기악소품이다. 피아노 독주의 경우 왼손이 분산화음을 넣고 오른손은 아름다운 멜로디를 그림 그리듯 연주한다.
 일반적으로 야상곡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쇼팽의 음악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드뷔시 역시 이것을 의식하여 자신의 야상곡을 세상에 발표하면서 “야상곡은 통상적인 것이 아니라, 그 단어가 암시하는 모든 다양한 인상들과 빛의 특수한 효과를 의미한다.”라고 말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새로운 야상곡을 창조했음을 이야기했다.
 드뷔시의 대표적인 3개의 야상곡(구름, 축제, 사이렌)을 보면 그의 야상곡은 인상주의 음악의 창시자로 평가 받을 정도로 섬세함의 극치로 인정받았다.
 첫 곡인 ‘구름’에서는 몽롱한 느낌과 잡히거나 만져지지 않는 성질, 정체와 흐름이 교묘히 뒤섞인 유동성과 끊임없이 변해가는 비 고정성이 두드러지고, 두 번째 곡인 ‘축제’에서는 현란한 색채의 향연과 복잡하게 뒤얽히며 약진하는 리듬의 전개가 부각되며, 마지막 곡 ‘사이렌’에서는 이국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독특한 탐미와 동경의 세계가 펼쳐진다. 다시 말해서, 드뷔시의 인상주의 음악에 대해 표현하고 있는데 그의 음악은 부드럽고 온화하고 평온한 것이다. 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듯한 느낌이다. 아울러 이 작품은 드뷔시 고유의 섬세한 관현악 기법의 극치를 보여준다. 여기서 드뷔시는 침묵과 그것에 가까운 소리의 차이까지도 구별해서 활용하여 음의 강약과 색채의 오묘한 조화를 이끌어냈다. 나아가 사람의 목소리까지 하나의 악기로 취급하여 관현악의 표현력을 극적으로 만들어냈다. 
 야상곡은 치매 예방과 뇌건강에 분명 좋은 효과가 있지만 필자가 특히 권하고 싶은 대상은 바로 사면초가(四面楚歌)의 궁지에 몰린 분들이다. 도대체 아무리 애를 써보아도 헤어날 수 없는 수렁 같은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스스로가 갇혀 있어서 살아날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다면 쇼팽의 녹턴을 딱 6일만 저녁 식사 후 감상해 보시라. 7일째 되는 날 기사회생 살아날 묘안이 떠오를지 모른다. 새벽안개에 갇혀 보이지 않던 시야가 해가 떠서 맑게 개이면 사방이 환히 보이듯,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기상천외(奇想天外)한 해답이 떠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