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화재, 안전불감증이 부른 ‘人災’

업주·관리자 등 3명 구속 소방점검 부실·소홀히 한 소방관 등 7명 불구속 입건 오작동에 꺼둔 화재경보기 스프링클러 미설치 火 키워

2019-03-13     김무진기자
19일

[경북도민일보 = 김무진기자] 87명의 사상자를 낸 대구 중구 포정동 사우나 화재는 안전불감증이 부른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한 대구 중부경찰서 수사본부는 13일 소방안전관리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목욕탕 업주와 건물 관리책임자 등 3명을 구속하고, 현장에 가지 않고 소방점검 지적사항을 확인했다고 서류에 기록한 소방관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목욕탕 업주 등 구속된 3명은 전기·소방시설 부실관리와 구호조치 미흡으로 화재를 야기하고 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입건된 사우나 종업원 등 5명은 구호조치 미흡과 업무 부실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소방공무원 2명은 소방시설 점검 지적사항에 대한 조치명령 이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확인한 것처럼 결과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다. 아울러 당초 사상자는 92명으로 알려졌으나 중복집계나 부상이 없다고 말을 바꾼 인원을 뺀 결과 최종 87명으로 집계됐다.
 경찰 수사 결과 이번 화재는 목욕탕 내 구둣방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또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5층 이상 아파트는 정상적으로 경보기가 울렸지만 4층 이하 상가는 오작동이 잦다는 이유로 꺼 놓았던 탓이다. 아울러 비좁은 비상통로에 적재물 방치, 형식적 소방안전관리자 선임, 스프링클러 미설치 등도 화를 키운 주된 이유로 조사됐다.
 특히 사우나 종사자 중 일부는 화재 발생 사실을 먼저 알았음에도 “불이야”라고 소리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일부는 손님 보다 먼저 대피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히려 사우나 손님이 마지막까지 다른 손님들을 대피시키는 등 헌신적으로 구호 활동을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손님 이 모씨는 다른 손님들을 대피시키다 자신은 불이 꺼져 탈출하지 못했지만 탕 속에 들어가 구조를 기다렸다 마지막으로 빠져나와 목숨을 건졌다. 경찰은 이씨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수사본부장인 윤종진 중부경찰서장은 “사우나 업주 등 건물 관리책임자들이 평소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전기 및 소방 시설 관리를 소홀히 했고, 화재 발생 직후 사우나 종사자들의 구호조치가 미흡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며 “소방시설법 등 입법적 조치를 통해 진단대상 선정 및 진단방식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