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사태 ‘올 때까지 왔다’

신규 아파트‘텅텅’빈다 전국 신규 아파트 입주율 16개월 째 70%대 머물러 10채 중 3곳이 빈집 상태 포항 대단지 빈집 수두룩 마지노선 넘어 한계 도달

2019-03-14     김대욱기자
포항지역

 

[경북도민일보 = 김대욱기자] “32평형 아파트를 선금 1000만원만 내고 입주해 2년 동안 관리비만 내고 살다가 더 살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도 됩니다.”
 아파트 건설업자 정모(59·포항시 북구 양덕동)씨는 요즘 포항정서를 반영한 푸념을 털어놨다. 그는 이런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데도 미분양 아파트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포항시내 주요 목 좋은 곳에는 이런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아파트 분양 광고 현수막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대규모 신규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학천리 인근은 물론 흥해, 양덕, 우현, 이동 등지에는 이런 내용의 현수막이 쉴새없이 붙었다가 뜯기고 있다. 학전리 신규 아파트단지에는 현재 미분양이 허다하다. 분양광고를 내놓아도 집을 사려는 세입자가 거의 없다.
 미분양 사태는 이제 포항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현상이다.
 전국 신규 아파트 입주율이 16개월째 70%대에 머물고 있어 ‘빈집’에 대한 우려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입주 시점까지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하거나 세입자를 찾지 못한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14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입주 기간이 만료된 전국 아파트 단지의 입주율은 73.7%로 집계됐다. 전월(72.1%) 대비 1.6%p 소폭 올랐으나 16개월째 70%대에 머물고 있다. 입주 아파트 10가구 중 약 3가구는 빈집상태로 남아있다는 증거다.
 포항의 부동산중개업자 김모(48)씨는 “포항에 신규 아파트 물량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쏟아진 것이 결국 미분양 사태를 초래하게 된 주요 원인”이라면서 “미분양 사태는 이제 마지노선인 한계에까지 온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래도 입주율은 서울과 수도권이 지방보다는 나은 편이다. 수도권 입주율은 82.7%, 서울은 86.7% 지방은 71.8% 수준이다. 미입주 사유로는 ‘기존 주택매각 지연’이 38.9%로 가장 많았고 △세입자 미확보(33.3%) △잔금대출 미확보(20.8%) 순이었다.
 3월 ‘입주경기실사지수(HOSI)’ 전망치가 62.7로 전월 대비 8.6p 하락하며 한 달 만에 다시 60선으로 내려앉았다.
 HOSI는 주택사업자가 입주를 앞두고 있거나 입주하고 있는 단지의 입주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전망이 어둡다는 의미다.
 지난달 조사 이래 처음 70선을 기록했던 서울(72.7)이 이달에도 5.8p 추가 하락하면서 2개월 연속 70선대를 기록했다.
 이달 전국 아파트 신규 입주 예정 물량은 65개 단지에 총 4만969가구로 집계됐다. 수도권이 22개 단지 1만9232가구, 지방이 43개 단지 2만1737가구다. 특히 경기도 지역에 전체 입주 물량의 38.1%에 해당하는 1만5620가구, 영남권에 33.6%인 1만3778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