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용호, 시작은 미약했으나 결말은 ‘값진 준우승’

정정용호, 월드컵 결승서 우크라이나에 1-3 역전패 난적들 차례로 제압하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2년에 걸친 대장정 마무리

2019-06-16     뉴스1
U-20

약 2년 동안 달려온 U-20 대표팀이 한국 남자축구 사상 첫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준우승으로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16일 새벽(한국시간) 폴란드 우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FIFA U-20 월드컵’ 결승에서 우크라이나에 1-3으로 역전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U-20 대표팀은 1983년 세계청소년선수권 4강, 2002 한일 월드컵 4강 등의 성적을 넘어서는 쾌거를 거뒀다.
정정용호의 첫걸음은 지난 2017년 5월 시작됐다. 당시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예선에 대비하기 위해 U-18 대표팀이 꾸려졌다. 그들 중 상당수는 2년여 동안 호흡을 맞춰왔다.
당시 대표팀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만 16세의 이강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외국에서 선진 축구를 경험한 이강인이 대표팀 전체에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켜 줄 것을 기대한 정정용 감독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정정용 감독이 이끈 U-18 대표팀은 첫 항해를 시작했다. 2018 AFC U-19 챔피언십 예선 첫 경기에서 조영욱이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11골을 몰아치며 브루나이를 11-0으로 대파했다.
이어 인도네시아(4-0), 동티모르(4-0), 말레이시아(3-0) 등을 차례로 제압하고 이듬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2018 AFC U-19 챔피언십 본선에 올랐다.
정정용호는 AFC U-19 챔피언십을 앞두고 2018년 4월 수원JS컵, 5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툴롱컵 등에 출전하며 실전 감각을 다졌다.
수원JS컵에서는 첫 경기 모로코에 1-0 승리했지만 멕시코에 1-4로 완패한 뒤 베트남과 1-1으로 비기면서 1승1무1패로 2위를 차지했다. 당시 우승은 2승1패를 기록한 멕시코가 차지했다.
이어진 툴롱컵에서 정정용호는 조별예선에서 프랑스, 토고, 스코틀랜드 등에 3연패, 11-12위 결정전으로 밀렸다. 정정용호는 카타르와의 최종전에서 2-1로 승리하며 그나마 자존심을 지켰다.
이후 8월 미얀마에서 열린 알파인컵에서 3연승을 기록하며 AFC U-19 챔피언십을 향한 최종 점검을 마쳤다.
정정용호는 AFC U-19 챔피언십 본선 조별리그를 2승1무로 통과하고 8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8강에서 타지키스탄을 1-0, 4강에서 카타르를 3-1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1-2로 패하며 아쉽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지만 2019 FIFA U-20 월드컵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정정용호는 2018년 12월 동계훈련을 하는 등 U-20 월드컵을 향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이후 U-20 월드컵 조별리그 상대가 결정됐고 정정용호는 스페인 전지훈련을 떠나 우크라이나, 프랑스 등과 평가전 등을 통해 마지막 담금질에 나섰다.
국내 평가전 등을 마친 U-20 대표팀은 5월 2일 최종엔트리 21명을 확정, 1983년의 4강 신화 재현을 목표로 폴란드로 떠났다.
대회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망은 밝지 않았다. 포르투갈,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등 강호들과 한 조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U-20 대표팀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우승후보로 꼽힌 포르투갈에 0-1로 패하며 세계의 높은 벽에 막히는 듯 했다.
그러나 남아공과의 2차전에서는 1-0으로 승리, 16강 진출 가능성을 남겨뒀다. 이어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는 한 수 위로 평가 받던 아르헨티나마저 2-1로 제압하면서 F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죽음의 조에서 벗어난 한국은 16강에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만났다. 정정용호는 후반 39분 최준의 크로스를 오세훈이 헤딩골로 연결해 일본을 무너트리고 8강에 진출했다.
자신감이 생긴 대표팀은 이후 거침이 없었다. 8강전에서는 세네갈과 역전의 역전을 거듭하는 명승부를 펼친 끝에 승부차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4강에 올랐다. 4강에서는 에콰도르를 1-0으로 꺾고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에서 뛰는 이강인을 제외하면 대중적 인지도도 없었고 정정용 감독도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었다. 당연히 대표팀을 향한 기대감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에이스 이강인은 물론 거미손 이광연, 최전방을 책임진 오세훈, 유럽파 센터백 김현우, 세네갈전 놀라운 골의 주인공 조영욱, 캡틴 황태현 등 모든 선수들이 제 몫을 다했다. 하나로 뭉친 U-20 대표팀은 난적들을 차례로 제압하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업적을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