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꼼수’ 용두사미 되나

PK 지자체간 엇박자 감지 오거돈 부산시장, 제3지대 언급후 가덕도 발언 자제 송철호 울산시장, 가덕도보다 밀양 추진에 무게감 김경수 경남지사, 김해시와 상충 부담 작용 가능성

2019-07-17     손경호기자
오거돈

올 연초 ‘가덕도 신공항’에 한 목소리를 내던 PK(부산·울산·경남)가 시간이 흐르면서 각자의 유리한 쪽으로 입장을 바꾸는 등 지자체 간 삐걱거림이 감지되고 있다.

막상 한 배를 타긴 했지만 각자의 이해타산이 맞물리면서 ‘제 갈 길’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결국 오거돈 부산시장이 처음 꺼낸 ‘가덕도 꼼수’는 새로운 난관에 봉착한 모양새다.

17일 PK지역 언론 등에 따르면 연초 끈끈한 공조관계를 보였던 부울경 단체장의 행보가 최근들어 다소 주춤거리거나 틈새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

오거돈 부산시장은 공약으로 “6조원의 예산을 들여 가덕도 신공항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제3의 입지도 가능하다”는 발언을 꺼내면서 가덕도라는 말이 쑥 들어갔다. 특히 ‘제3의 지대가 어디를 말하는 것이냐’라는 질문에 “제3지대는 가덕도를 포함한 곳”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김해신공항이 동남권 대표공항이 될 수 없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면서 “가덕도는 부산신항·진해신항 등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이 있으므로 유력한 입지 중 하나”고 말해 ‘신공항=가덕도’란 묘한 공식을 내놨다.

과거 신공항 입지 후보로 가덕도와 밀양시를 놓고 부산과 입장을 달리했던 울산·경남이 막상 한 배를 타긴 했지만 목적지가 같을지는 미지수다.

경남도 측은 김해신공항은 안전과 소음 문제뿐만 아니라 관문공항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점에는 부산, 울산과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김해가 신공항 후보군에서 제외될 경우 가덕도 보다는 밀양을 밀어야 하지 않겠나”라는 여론이 나온다. 신공항 문제의 최일선 지자체인 김해시는 일단 경남도와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순순히 가덕도에 양보할 뜻이 없어 보인다. 이점은 김경수 경남지사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해시 측은 “이름만 김해공항이지 사실상 부산 강서구에 있는 부산공항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여러 문제가 해결된다면 신공항이 가덕도나 밀양으로 가는 것보다 김해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반응이다.

가덕도보다 밀양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울산시 역시 김해신공항보다는 밀양을 은근히 밀고 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당시 2016년 5월 밀양시청에서 열린 동남권 신공항 연구용역 관련 4개 시·도 공동성명서 발표 현장에서 “밀양이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지만 산업적으로도 울산 서부권의 발전을 위해선 밀양 신공항의 유치가 매우 절실하다”고 했다. 울산시는 오거돈 부산시장의 김해신공항 문제에 대해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있지만 입지에 대해서는 가덕도보다 밀양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울산시 측은 “입지 문제가 다시 거론된다면 가덕도 보다 밀양이 울산시에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결국 김해신공항 재검증 논란이 오류 수정 수준에서 봉합된다면 부울경 단체장들이 그토록 고집했던 ‘가덕도 꼼수’는 그야말로 꼼수로 끝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