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발견한 현대인의 군상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 10년으로부터 자연설계展’ 작가 5인 나무조각·설치작업 선보여… 내달 10일까지

2019-07-30     이경관기자
봉산문화회관은 내달 10일까지 ‘2019 헬로! 컨템포러리 아트-기억공작소 10년으로부터 자연설계展’을 연다.

‘헬로! 컨템포러리 아트(Hello! Contemporary Art)’는 봉산문화회관이 지난 2014년부터 진행해 온 기획전으로 미술의 새로운 가치와 역할을 실험하는 동시대 미술가들의 실험적 작품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이 설계한 ‘나무’와 ‘물’을 키워드로 작업 중인 나무조각가 김성수, 이상헌, 신강호, 김현준 그리고 물을 이용한 설치작업을 선보이는 권효정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먼저 야외 광장 중심부에서 만나볼 수 있는 권효정의 분수 ‘Fountain of life; WaterPark’는 삶 속의 예술과 도시생활에서 잊고 지냈던 자연의 초월성을 기억하게 한다. 층층이 쌓은 스텐그릇의 꼭대기와 샤워헤드에서 뿜어져 나온 물줄기가 플라스틱 생활용품과 드럼통, 저울, 비닐 공 사이로 떨어져 흐르면서 경쾌하고 시원한 시청각적 감성을 자극한다.

이상헌의 작품은 2층 3전시실 만나볼 수 있다. 가슴에 못을 박은 채 둔중한 대형 망치를 끌고 있는 ‘못을 박다’, 2점의 평면 드로잉, 거꾸로 된 팔 다리와 함께 길게 늘어진 넥타이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실감나게 살려주는 ‘떨어지다-두 번째’, 가위에 눌리는 몸부림을 표현한 ‘가위눌림’, 억압을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향해 자유롭게 날아가는 ‘Flying man’ 조각 등이 전시돼 있다. 이상헌은 나무조각을 통해 슬픔이나 절망, 불안, 희망, 꿈 등 순수한 인간의 정서들을 시각화한다. 나무를 깎는 작가의 조각행위와 나무의 질감, 향에서 거대한 자연의 설계와 치유에너지를 엿볼 수 있다.

3층 2전시실에서는 자연과 사람의 관계성을 탐구한 신강호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는 자연의 숲이나 군락을 지은 나무를 관찰하면서 도시와 사회를 만들어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하고, 자연과 사람의 ‘link’에 대해 나뭇가지 그대로의 형태를 따르는 인체조각을 연결하는 군상을 설계했다. 그리고 땅에 뿌리를 내리고 생명의 성장 줄기를 따라 자라는 나무의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선을 주목하고, 자연이 설계한 나무 본연의 자연스러운 선과 생태적인 형태, 감성을 최대한 드러내는 인체의 군상을 조각했다.

1전시실에서는 김성수와 김현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김현준은 실제 사람 크기로 조각한 ‘somewhither’을 선보인다. 이 조각은 해답 없는 오랜 질문으로부터 현실 삶에 관한 조금의 실마리를 풀고 어딘가로 가려는 움직임의 표현이라고 한다. 김현준은 동시대인의 심리적 혼란의 순간을 자각상으로 표현한 ‘응시’, 갈등의 몸부림을 표현한 ‘60 상념’, 누워서 공중에 부양하는 인체로 혼란의 외부 대상을 표현한 ‘Who’, 시간과 공간이 멈춘 명상의 상황을 표현한 ‘?’ 조각 등을 통해 그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삶의 기준에 맞추려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스스로 질문한다.

전시실 중간 벽에 걸린 ‘꽃을 든 남자’의 우측부터는 나무조각으로 자연설계를 읽어내는 김성수의 태도가 엿보인다. 김성수는 시대의 현실에 대응하는 서민의 해학을 담았던 ‘꼭두’의 조형성과 강한 원색, 회화적 감수성에 주목한다. 전통 장례의 상여를 장식했던 ‘꼭두’는 죽은 자의 영혼을 보호하고, 생로병사, 희로애락 등 고단한 현세의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서민들의 욕망을 담아 내세의 이상세계로 이어주는 매개였다. 작가는 이 ‘꼭두’로부터 시작해 현대인의 상처와 긴장을 다독이며, 그리운 사람과 소시민의 일상들을 시각화하여 우리들 자신의 삶과 꿈을 돌아보게 설계한다.

정종구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고된 나무조각 작업을 포기하지 않고 지금껏 끌고 오는 힘은 무엇인가 궁금했다”며 “이번 전시는 이들의 노력에 대한 일종의 ‘헌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