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두더쥐

2007-10-24     경북도민일보
 동물 가운데 굴파기는 두더쥐를  첫손 꼽는다. 몸을 숨길 굴을 파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는다. 하룻밤 사이에 60m나 되는 굴을 팔 수 있다고 한다. 두더쥐는 땅 파는 노동력 때문인지 대단한 먹보이기도 하다. 하루에 12시간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하면 숨이 끊어지고 만다. 그런가하면 물 속에서는 좀조개(학명:타레도 노발리스)를 따를 게 없다. 떡갈나무, 티크처럼 딱딱한 나무도 쉽게 파들어 간다.
 선사시대 인류도 자연동굴에서 겨울을 지냈다. 동굴 벽화가 그 증거다. 원시인들이 동굴생활을 접자 갖가지 신(神)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스 신화에선 제우스, 디오니소스, 플루토같은 신들의 신전으로  여겼다. 로마에선 요정이나 무녀의 거처로 믿었다. 고대 페르시아 사람들은 지령(地靈) 미트라 숭배와 연관지었다.
 인간은 수천년 전부터 굴을 팠다. 옛 이집트, 인도, 앗시리아, 그리스,로마, 잉카 사람들은 그 기술이 매우 뛰어났던 것으로 전해온다. 근대 터널은 화약의 발명에 힘입어 발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강밑 터널까지도 파낸 사람은 18세기 영국인 마크 브루넬이다. 그의 `실드 공법’은 좀조개에게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템즈터널로 고심하던 그의 눈에 딱딱한 선재(船材)에 구멍을 내는 좀조개가 눈에 띈 것이 실드공법 개발의 계기였다는 이야기다.
 터널을 악용한 최초의 동물은 사람이다. 북한의 남침용 땅굴은 말할 것도 없고 도둑질에도 땅굴은 활용됐다. 몇년 전 미군 PX 창고 밑으로 굴을 파고 물품을 빼낸 일당이 붙잡힌 일이 있었다. 이번엔 포항에서도 고철상 땅밑으로 굴을  파들어가  차떼기로 고철을 훔쳐 판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범인들은 감시카메라, 열선감지센서를  피하려고 땅굴을 팠다고 한다. 고철 도둑질의 전문가란 이야기도 되겠다. 두더쥐가 이 사실을 알면 펄펄 뛸 것만 같다.`장물 고철’의 증거물이 트럭으로 나왔으니 `인간 두더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려 들지도 모를 일이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