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꼼수’ 또 도졌나

국토부 김해신공항 확장안 기존 입장 거듭 천명 불구 부울경, 경제·정책검증 고집 총리실은 기술적쟁점만 검증 TK, 부울경 ‘정책적 재검증’ 억지 주장 대응책 준비 나서

2019-09-05     손경호기자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가덕도 꼼수’가 다시 되살아 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이미 김해신공항 확장안 기존 방침을 고수한다는 입장을 누차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부울경은 최근 국무총리실에 재검증 할 것을 압박하고 나섰다. 당초 제기된 ‘기술적 부분’뿐 아니라 ‘정책적 검증’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부울경은 지난달 말 총리실 설명회 자리에서 김해신공항 재검증을 줄곧 요구했다. 당초 문제 삼았던 안전, 소음, 환경 등 쟁점 이외에 김해공항 확장을 통해 동남권 관문공항이 가능한지, 국가균형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등 경제적이고 정책적인 종합 판단을 재검증 해달라는 것이다. 또 재검증에 해외전문가를 포함시켜 달라는 입장도 내놨다.

부울경의 이같은 주장은 총리실이 그동안 고수해 온 ‘재검증 로드맵’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어서 TK(대구·경북)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총리실은 국토교통부와 부울경의 합의에 따라 재검증에 나서기로 한 이후 ‘정무적 판단없이 기술적 쟁점’으로 재검증 범위를 못 박았다.

지난달 21일 대구경북과 부울경, 국토부를 상대로 한 비공개 설명회에서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재검증을 가급적 빨리 진행하되 가덕도 신공항 입지 문제 같은 정무적 판단은 일체 배제하기로 한 바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6월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 등을 통해 김해신공항의 확장안의 ‘기술적 쟁점’에 대해서만 재검증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또 그동안 기술적 검증에 초점을 맞춰 검증기구 구성과 검증위원 선임 작업을 진행해왔는데 느닷없이 부울경이 재검증 을 요구해 와 곤혹스런 입장이다.

문제는 부울경의 이런 억지논리에 총리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무조건 무시하자니 현 정부의 본거지인 부울경의 반발이 예상되고 그렇다고 재검증을 선뜻 수용하자니 TK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총리실 측은 “이미 수차례 밝혔듯이 김해신공항 확장안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술적 쟁점만 검증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재차 못박았다.

이같은 상황에 TK측은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다. 총리실이 아직 이렇다할 답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부울경의 요구대로 총리실이 ‘정책적 재검증’을 들고 나올 경우 강력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TK의 한 국회의원은 “총리실이 그동안 밝힌대로 ‘기술적 부분’, ‘정무적 판단 배제’의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하지만 부울경의 억지논리에 반박할 대응책은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총리실이 만약 재검증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부울경이 정치적 행동에 나설 것이고, 해외전문가까지 검증기구에 포함시킬 경우 기존 김해신공항 확장에도 차질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TK-PK의 갈등에 이은 국정 혼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