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電, 전기요금 인상카드 ‘만지작’

한전-산자부, 비공개 ‘이면 합의’ 의혹 국감서 제기 총선후 인상 공감대… 산자부 “인상 결정된 바 없다”

2019-10-10     손경호기자
지난

“한전이 올해 적자폭이 크다는 이유로 덜컥 전기요금을 올리면 어쩌나.”

한전의 대규모 적자 소식에 불안해 하던 서민들의 마음이 더욱 불안해지게 생겼다. 한전이 내년 4월 총선 이후 전기요금을 인상할 것이라는 얘기가 솔솔 흘러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지난 7일 국감에서 정부가 지난 여름철(7~8월) 전기요금을 총 3000억원어치 깎아주면서 ‘당분간 전기료 인상은 없다’고 했지만 당시 산자부와 한전이 내부적으로 비공개 공문을 주고 받으면서 총선 이후인 내년 상반기 중 전기요금 인상안 추진에 ‘이면 합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곽대훈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곽대훈(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산자부 국감에서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고 “정부와 한전이 지난 여름 전기요금을 깎아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내년 총선 이후 전기 요금을 올리기로 서로 ‘밀약’을 맺고 그 내용을 국민에게는 숨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곽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산자부와 한전은 지난 여름철 누진제 구간 확대를 통해 전기요금을 3000억원 가량 한시적으로 낮춰주는 방안의 시행을 앞두고 ‘내년(2020년) 상반기 전기요금 개편’에 관한 내부 공문을 주고 받았다는 것. 한전은 6월 18일 산자부에 보낸 ‘전기 요금체계 개편 관련 협조 요청’ 공문에서 “‘필수 사용량보장 공제 제도’의 합리적 개선 방안, 주택용 사용 패턴을 고려한 계절별·시간별 요금 제도 등이 포함된 전기요금 체계 개편 방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하고자 한다. 이와 관련해 산자부에 협조를 요청한다”고 했다. ‘필수 사용량 보장 공제’는 전력 사용량이 월 200kWh 이하인 가구를 대상으로 최고 4000원까지 전기요금을 할인해 주는 제도로 이를 폐지하면 지난 여름철 누진제 완화로 한전이 입게 될 손실 3000억원을 보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곽 의원은 “정부가 여름철 전기료를 깎아준다고 홍보하고 한전에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동의해주는 이중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했다. 한전이 이 같은 요구를 한 것은 한전 이사회가 정부의 여름철 전기료 인하안을 통과시키기에 앞서 이사진에게 배임(背任)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곽 의원은 설명했다.

산자부는 지난 6월 19일 회신을 보내 한전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후 한전 이사회는 6월 28일 이사회에서 정부의 여름철 전기료 인하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곽 의원 측 관계자는 한전과 정부가 공문을 통해 ‘내년 상반기 중’으로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 마련 시기를 정한데 대해서도 “내년 4월 총선 이후 한전과 정부가 전기요금을 인상하겠다는 데 공감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와 한전이 ‘책임’은 뒤로 미루면서 전기료를 선(先) 할인해줬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전기료 인상 부담은 국민 몫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는 전기료 인상 가능성을 부인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한전 요청으로 공문을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전기요금 인상에 동의했거나 전기 요금 인상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 “한전이 구체적인 안을 아직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이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한편 한전이 국책연구기관에 의뢰해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전기요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일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이 입수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전기요금 체계 개편 로드맵 수립 방향’ 문건에는 ‘2022년까지 전기료의 원가 회수율을 100%로 끌어올려야 하며, 이를 위해 가정용과 산업용 전기요금을 모두 올려야 한다’는 내용이 공개돼 파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