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2년, 피해민 대책은 하세월

2019-11-03     경북도민일보
열흘 후면 11·15 포항지진이 발생한 지 만 2년이 된다. 하지만 2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지진으로 파괴된 도시의 모습은 제모습을 찾아가고 있지만 피해주민들의 상처는 여전히 그 때에 머물러 있으며, 그로 인한 고통은 오히려 커져만 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피해주민들의 고통과 애타는 호소를 외면하고 있어 포항시민들의 민심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올해 3월 포항지진이 정부조사단에 의해 국책사업인 지열발전소로 인한 촉발지진으로 밝혀지자 시민들은 피해주민과 이재민들을 위한 신속한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국회는 정쟁(政爭)을 벌이기에 바빠 지진특별법 처리를 차일피일 미루어 오고 있으며, 정부는 정부대로 피해복구와 치유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지진발생 2주년을 2주 가량 앞둔 지난달 30일 범시민대책위원와 포항시민 3000여명이 국회를 찾아 촉발지진 책임자 처벌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 것은 임계점에 다달은 포항민심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오죽했으면 이날 국회의원들이 시위장을 찾아 인사말을 하자 참석자들은 “여기가 국회의원 유세장이냐”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으며 연설을 하도록 허용한 지도부에 대해서도 비난을 쏟아냈다고 한다.

포항시민 수 천 명이 상경시위를 하러 떠난 이날 흥해체육관은 적막감과 침묵만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이곳은 지진으로 둥지를 잃은 이재민 205명이 2년이 되도록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불편한 생활을 영위해 나가고 있는 곳이다. 이날 현장을 찾은 본지 기자의 눈에 비친 모습은 처참함 그대로였다. 혼자 누우면 꽉 차는 비좁은 텐트 옆으로 먹다 남은 잔반과 컵라면 등이 수북히 쌓여 있었으며 악취마저 진동을 해 이재민들의 불편하고 고달픈 체육관 생황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80대의 한 할머니는 “이제 체육관 생활이 지긋지긋해서 더 이상 못 참겠다”며 “제발 집에 좀 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할머니는 “한동안 정치인·정부인사 등이 분주하게 찾고 난리를 치더니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다”며 갈수록 무관심해지는 세상 인심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삶의 터전을 잃고 비좁고 불편한 체육관에서 세 번째 겨울을 나야 하는 200여명의 이재민들은 추운 겨울보다 2년이 되도록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앞날에 대한 막막함이 더 걱정이다. 포항시가 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난방시설 제공에 나섰지만 이들의 마음을 녹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는 결코 단기적이고 단편적인 조치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하루 속이 지진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전방위적인 피해복구 대책을 실행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