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5 포항지진은 人災” 재확인

포항지진 2주년 국제심포지엄서 국내외 전문가 한 목소리 지하 단층조사 부족·미소지진 무시·무리한 유체주입 지적

2019-11-17     손경호·이상호기자

 

2017년 11월15일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지진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다는 연구가 거듭 발표돼 또 한번 포항시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지난 15일 밀레니엄힐튼서울에서 열린 ‘2019 포항지진 2주년 국제심포지엄’에서 김광희 부산대 교수는 “시추 이전 단계에서도 지진 위험성 및 위해성 분석이 미비했고, 지하 단층 조사도 부족했다”면서 “10차례 이상의 ‘경고음’이 있었는데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조사연구단 해외 연구진으로 참여했던 시마모토 도시히코 일본 교토대 교수도 “미소지진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심부지열발전(EGS)의 표준 도구임에도 불구, 포항지열발전소 팀은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며 “기록이 잘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연구진이 시추공 근처의 단층에 존재를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꿔 말해서 포항 EGS 연구진이 시추공 근처 단층 존재를 알았으면서도 무리하게 물을 주입했다는 것이다.

또 세르지 샤피로 독일 베를린자유대 교수도 “규모 2.3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유체 주입을 멈췄으면 포항지진의 발생 확률을 1% 미만, 규모 3.3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유체 주입을 멈췄으면 포항지진 발생 확률을 3% 미만으로 낮출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간단한 가정에 기반해 계산한 초기적인 연구 결과”라고 전제하면서 “다른 요소를 더 반영해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샤피로 교수는 “EGS 자극과 같은 경우 지진 활동을 촉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며 “스위스 바젤에서 일어난 규모 3.2의 지진이 대표적 사례”고 했다.

이강근 서울대 교수는 “5차 수리 자극 뒤 포항지진의 전진과 본진이 발생했다”고 설명했고 이진한 고려대 교수는 “물이 (단층에) 직접 주입되면 적은 양으로도 큰 규모의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며 “포항지진을 일으킨 단층은 복잡한 구조로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한편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국내외 학자 모두 포항 지열발전 실증사업 추진시 기술 개발에만 급급해 제대로 된 연구를 진행하지 못한 것을 지적하고 나서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날 이강덕 포항시장은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포항지진에 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포항지진과 같은 불행한 재난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